비가 내리네요.
결국 작심삼일이 됐습니다. 오늘이 새벽 등산의 네 번째 날에 해당하는데, 결국 가지 않았거든요.
.....그런 것이 있지요. 무언가를 진행할 때 주변에 이리저리 말하고 다님으로써 약속을 지키게 만드는 방법이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저그런 사람이 되고 마니까요.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만큼은 비가 내리더라도 오후에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오전이 지나고 등산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내리는 비를 보니 신발이 젖게 될 상황이 싫어서 최소한의 산책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산책이라도 다녀온 건 다녀온거니까, 간단하게 다녀왔다고 거짓글을 쓸까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되질 못한다 생각했습니다. 한번의 거짓말이 어렵지, 그 다음부턴 거짓말만 늘테고 새벽 등산은 더욱 요원해질테니까요. 그래서 솔직하게 안 간 것을 인정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내일 오후에 비가 그치게 된다는 점입니다. 새벽등산은 무리겠으나, 오후 등산으로 대체할까 합니다. 이렇게 글을 썼으니 분명히 가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새벽등산을 가면서 쓰려고 했던 주제들을 이 글에 남기려고 글쓰기를 시작했으나, 그냥 덮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비가 갠 뒤에 글이 한편 올라온다면, 그건 분명히 제가 등산을 갔다는 징표일 것입니다. 아마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정말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그저그런 인간이라는 소리겠지요. 부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달리 쓸 말이 없는 이번 글에선 얼마전에 지인에게 추천받았던 요루시카의 '쪽빛 제곱'이라는 노래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공교롭게도 우중충한 날씨와는 달리 제목이 쪽빛 제곱이네요.
이 노래는 밝은 목소리와 반주,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가사는 참으로 직설적이며 현실적입니다. '어차피 팔리지 않는다면 모두 쓸모없어' 라든가, '그 시절 줄곧 머릿속에 그렸던 꿈도 어른이 될수록 시효가 끝나가고 있어'어'라든가, '인생은 타협의 연속이야'라는 가사들은 문화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고통을 잘 표현해주고 있고, 그래서 마음에 드는 가사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연극, 노래 등이 제 아무리 원작자의 의도대로 잘 표현되었다고 할지라도, 대중에게 외면받는 순간 그것은 끝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마치 혼잣말 하는 것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래서 문화 컨텐츠 생산자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잘 팔리는' 것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것인가 말이지요. 물론 제일 좋은 경우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잘 팔렸을 경우입니다만 매우 흔치 않지요. 이와 같은 고민으로 절필하거나, 이쪽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재능의 영역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사람을 절망으로 몰아넣지요. 정말 씁쓸한 현실입니다.
쪽빛제곱은 가사만 놓고 보면 우중충한 날씨와 어울릴법한 노래입니다.
하지만 여느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것은 요루시카만의 특징인 것 같아요. 가사는 서글프거나 현실적인데, 반주나 목소리는 늘 밝더라구요. 깔끔하고 청아한 목소리는 반주와 더불어서 한층 더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줘요. 듣다보면 창법이 윤하와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지인께 추천을 받았을 땐 요루시카의 퍼레이드가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들어볼수록 쪽빛제곱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쪽이든 취향차이겠지요. 문득 생각나서, 이 글을 빌어 당신께 추천드려봅니다. 취향이 맞다면 생각보다 꽤 괜찮은 노래입니다.
장마기간에 내리는 비치곤 생각보다 부담스럽게 내리지는 않네요.
강수량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요.
비가 가볍게 내린 뒤의 선선한 저녁은 가을을 그리워지게 만들고, 이러한 날 밤산책은 사람을 무언가 울렁이는, 간질이게 만듭니다. 밤산책을 같이 할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밤을 따라 저멀리 사라질테고, 비가 완전히 그친 뒤 떠오르는 햇볕은 구름에 가려졌던 것이 억울하다는듯 더욱 강렬하게 열을 내뿜을 것입니다.
부디 다음엔 밤산책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수의 편지 (0) | 2019.07.21 |
---|---|
조미료와 맛 그리고 인생 (0) | 2019.07.11 |
기념일에 대한 편지 (0) | 2019.07.09 |
좋아하는 시나 시인, 공감각적인 시어들 (0) | 2019.07.08 |
습관의 편지 (0) | 2019.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