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육아에 대한 근본적 문제와 정부 정책의 한계성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3. 2. 23:58

이번엔 육아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육아의 문제라기 보단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인 육아의 어려움이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육아를 해본 적이 없으므로, 이 글은 뇌피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해두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저출산에 대한 경고는 나온지 오래다.
거진 10년인가? 옆나라 일본만 봐도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상당한 문제를 앓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정부는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저출산에 관련하여 오래전부터 수많은 대책을 내세웠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혹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사실 육아와 관련하여 여성분들이 대책을 세운다고 한들, 정책을 결정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여성분들이 과연 '대한민국 중산층'으로서 육아의 문제점을 잘 알 수 있을까. 그래서 사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정부는 아마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서 대책 세우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저출산의 원인은 개인적 측면에서부터 구조적인 측면, 그리고 추상적인 측면에서부터 실질적인 측면까지 매우 다양한데, 필자가 생각하는 부분을 열거해보려고 한다.

1. 개인주의 증대 및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 증가
아무래도 결혼이라는 것은 안정을 주는 만큼 상대방에 대한 의무와 구속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한 의무와 구속은 특히나 가족중심으로 문화가 발전한 유교문화권에서는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부모는 자식을 책임져야만 하며, 자식은 부모를 봉양해야만 하고, 아비는 가장으로서 집안의 경제적으로 부양할 책임이 있고, 어미는 자식을 양육할 책임이 있다. 요즘 시대에 이런 생각들은 많이 허물어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의무감으로서 한켠에 남아있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외부요인에 의한 반 강제적 의식변화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내부적인 의식발전에 의한 것도 있다. 여튼 간에 이러한 의식변화는 비혼자, 독신주의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것은 다시 과거의 '성인이라면 결혼을 해야지'와 같은 어떤 의무감이나 시선,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2.결혼율 감소
사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낮은 편이 아니다(?). 기혼자만을 통계로 하면 2.16인가? 출산율이 2명을 넘어서는 상황이며, 실제로는 만혼의 증가와 결혼율 감소로 인해 0.96명이라는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2명을 넘어서는 출산율이 1명도 안되는 통계치로 잡힌다는 것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부분이 정부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통계치가 이것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정부에서는 이 통계를 가지고 정책을 짤 수 밖에 없다. 고로 2가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1번은 결혼한 부부를 지원하는 정책, 2번은 젊은 층들이 결혼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뒤에 다루려고 한다.

3.경제적 요인
지금 20-30대들은 엄청나게 끼인 세대들이다. 어느 세대든 고통스럽지 않겠냐만은. 20-30대의 현상황을 말해보자면, 바로 윗세대들이 베이비붐 세대들이라 다수의 중견-고위직을 상당히 차지한 채로 일자리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신입을 많이 뽑느냐? 대한민국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새로 뽑는 일자리라고 해봐야 비정규직, 계약직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대학진학율이 가장 높은 세대이며, 교육열이 가장 치열했던 세대이자, 잉여인력이 가장 남아도는 세대이기도 하다. 일자리는 적은데, 사람은 많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서, 결혼할 여유가 생기는 사람은 집에 돈이 많거나, 대기업, 공기업과 같은 좋은 일자리, 전문직 뿐이다. 물론 중소기업에 다니는 분들도 결혼은 한다. 그래도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을 봉양한다? 자식을 낳는다? 부부끼리 먹고 살기도 힘든데? + 부모님 세대도 참으로 안타까운 세대다. 그 위 부모님 세대를 봉양하고, 자식들을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을 했건만, 자식 세대가 취직을 못하고 있으니, 봉양은 바라지 않고 있는 재산이나 안 가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적으로 '결혼할 만큼의 벌이'가 없다는 것이다.

4.경제적 요인2
이는 대한민국의 산업적 구조와 맞물려 있다. 대한민국이 한창 발전했을때, 필요했던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기술투자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외연확장에 몰두했고, 그 결과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대부분이 휩쓸려 나갔다. 기술투자 했다고 그것이 달라질 것이 있었겠냐만은, 현재를 보자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인력을 때려박는 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의 특성을 버리지 못한 채, 지금 4차 산업 혁명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오는 이 때도 노동집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으로, 야간수당 떼가면서, 식대비 조금 주면서, 휴가 못 쓰게 하면서, 그런 식으로 인건비를 최대한 아껴서 경쟁하는 것이다. 마땅한 기술이 없으니까. 이는 무엇을 가져왔느냐? 바로 '시간'이다. 주변의 많은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있다. '대학 다닐 때 연애 많이 해라. 여자친구 사귀어라.'다. 회사를 다니면 사람 만날 시간이 도무지 안 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회활동을 해야 연인이든, 친구든 사귈텐데 출근-퇴근, 출장, 경조사 챙기고 나면 시간이 없단다. 사람 만나는 것도 없는 시간 쪼개서 만나는데, 이 상태서 육아를 한다고???

1번의 원인을 제쳐두고서 보자면, 2-3-4번 전부 경제적 원인이다. 하지만 이 3-4번은 경제적 산업 구조와 맞물려 있어서 정부가 어떻게 손을 방도가 없다. 현 정부가 손댄다고 하는게 그나마 최저임금이니, 주휴수당이니, 그런 것들인데, 절망적인 것은 그것들을 감당할 여력이 되는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초체력이 안되는 상황에서 다이어트는 오히려 몸을 상하게 만든다. 지금 그런 상황이다. 저출산-내수활성화를 하자니, 기업들이 죽겠고, 기업들을 우선하자니, 저출산-내수시장 활성화를 답도 없고..... 그래서 우선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결혼한 부부 위주의 정책과 젊은 층의 결혼장려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결혼식장을 무료로 빌려주거나, 결혼 비용 지원을 한다던지, 이미 결혼한 부부에게는 양육수당지원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 해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체감이 안된다는 것.


정부의 헛다리 정책과 한계성

문제는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은 법적 규제와 보조금/지원금과 같은 경제적 지원이 대부분이다. 인력 지원은 일시적 지원에 그치거나, 혹은 해당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돈을 주는 것이다. 즉, 직접적으로 뛰어들어서 현장을 지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는 전세계적 행정 추세이기도 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시민단체-정부-기업이 모두 연계해서 문제를 해결하되, 정부는 중재자에 가까운 역할만을 하는 것이 요즘 행정적 추세다.) 그렇다보니, 도덕적 헤이와 관리 감독 부재 같은 대리인 문제와 비용증대가 일어나고, 일은 일대로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당사자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는 관리 감독을 하고 외부에 지원만 하는데, 그 '외부인'들은 과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까? 그 문제가 해결되면 지원이 끊길 텐데도?

이는 헛다리 정책으로 이어진다.
정책 자체는 나쁘지 않는데, 방향이 잘못 됐다. 요즘 시끄러운 것이 바로 유치원 문제다. 국공립 유치원은 계속 늘려 나가고 있긴 했으나, 워낙 속도가 더딘 탓에 사립유치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흘렀는데, 이게 또 말썽이다. 잠깐 이야기하자면, 사립유치원은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지원금'은 특별한 용도 지정없이 주는 돈이므로, 지원금을 핑계로 유치원을 감시한다는 것은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이걸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유치원이 교육비용(교재,물품 등)으로 50만원이 들어가고, 이익을 위해 80만원을 받는다고 해보자. 그래서 학부모가 80만원은 너무 부담되니, 정부에서 30만원을 유치원에 지원해 주었다. 대신에 학부모한테는 50만원만 받아라 한 것이다. 유치원 입장에서는 어쨌든 간에 80만원이 들어오게 되므로 지원금을 받았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돈이니 떼먹힐 일없이 확실하게 받을 수 있으므로 더 좋다. 그런데 유치원이 교육비용으로 50만원이 아닌, 40만원만 지출하고 학부모에게 50만원 + 정부 돈 30만을 받은 것이다. 이것을 빌미로 정부는 전체 회계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도 유치원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분명한 용도를 설정하여 지원하는 보조금과는 달리, 단순히 금액으로만 지원하는 것이므로, 유치원이 저런 꼼수를 부려 돈을 벌어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지원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필자 생각에는 지원금보단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되, 그 부분에 대하여 회계감사를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학부모에게 지원하던가 - 이 부분은 학부모가 지원금을 개인용도로 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유치원에 지원하는 것으로 바꾼 것으로 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아니면 특정 물품만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뉴스에서 봤다시피 옛날 시장 상품권(바우처)이 일부 노인들의 되팔이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가 있다. 결국 어느 쪽이 제도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관리감독을 철저하는 수 밖에 없지만,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어찌됐든 이 부분에 한해서는 막연한 지원금보다는 보조금을 통한 부분적인 회계 감시가 더 적합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홍보가 잘 안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필자가 아직 결혼이나 육아를 해보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수당이나 복지에 대해서 국가에서 광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원하는 것이 아까워서 그런지 알아서 찾아먹어야 하는 듯 싶다. 모르면 못 먹는 거고.


앞서서 저출산의 여러 원인과 정부 정책의 한계성을 살펴보았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육아의 근본적 문제는 저출산의 원인 중에서 [4. 경제적 요인2] 에 해당한다. 경제적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문제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해 시간부족이며, 현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육아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 1명당 최소 어른 1명이라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면,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해야 순수한 노동자 1명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아이는 24시간 내내 케어가 필요하다. 단순히 보자면, 꼬박 먹여주고, 배변 치워주고, 재워주고, 혹시나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병원데려가면 되고, 간단해 보인다. 게다가 중간 낮잠을 꼬박꼬박 자니까, 그 때 나도 잠깐 쉬면 되겠네.ㅎ ....결코 아니다.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고 있을 때 점검해야 할 것이 여러가지다.
아기가 우는가? yes 
아기가 방금 전에 밥을 먹었는가? yes
아이가 기저귀가 축축한가? no
아이가 열이 나는가? no
아이가 다쳤는가? no
기분이 별로라서 업어주라는 것인가? 등등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선택지를 하나하나 짚어가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을 것이고, 이 울음은 24시간 내내 언제 나올지 모른다. 혹여나 선천적인 병이 있지는 않는지, 어디 아프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만 한다. 결국 24시간 내내 대기 상태로 있다가 울음소리가 터지는 즉시 저 위의 항목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몇 년동안 지속해야 한다.

그러다 아이가 나이를 먹어서 걸음마나 옹알이를 하게 되면, 어떤 부분에서는 아기 때보다 수월해지지만, 또 어느 부분에서는 일이 늘어난다. 활동성이 늘어남에 따라, 어떤 사고가 날 지 모르기 때문에 아기를 상시 감시해야 하고, 그 때부턴 교육적인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이 수많은 지난한 과정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아이 1명당 어른 1명이면 될까?

과거에 육아가 가능했던 것은 대가족 중심이라 그나마 주변에 도움받을 손이 많았기 때문이다. 육아 전문가인 할머니에, 형제자매들, 하다 못해 잠깐이라도 아이를 봐줄 시누이(고모)라든지 아니면 옆집 아주머니가 있었다. 상부상조했던 시절이니까. 그런데 이젠 그러한 일을 보조해 줄 이는 없다. 오롯이 남편과 아내, 부부 둘이서 해내가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돈을 내고 베이비시터를 구하던가.

외벌이는 하는 집은 아이를 전담할 사람이 적어도 1명이 있다.
하지만 그 전담마크를 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육아뿐만이 아니다. 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들 - 청소, 빨래, 음식 만들기 등도 해야 한다. 그래서 벌이를 담당하는 이가 잠깐씩 육아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양쪽 다 피로도가 극에 달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서로 싸우게 된다.

외벌이도 육아가 힘든 상황인데, 대부분은 맞벌이다.
맞벌이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이 되었다.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둘이서 돈을 번다. 이 상황에서 아이를 갖는다? 미친짓이다. 아이를 전담마크할 어른 한 명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운다는 말인가? 결국 부모님께 손주를 봐달라고 맡기던가, 베이비시터를 구하던가, 탁아소-유치원에 맡길 수 밖에 없게 된다. 부모님이라면 차라리 낫지, 외부 사람에게 맡기는 순간 해당 사람에게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 결과 월급의 상당부분이 베이비시터에게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돈 벌려고 맞벌이 하는데, 아이도 못 돌보고, 돈도 별로 모이지가 않는다. 결국 육아휴직을 내지 않으면 부부끼리는 육아가 불가능하다.

여기서의 정부 대책은 '육아휴직 의무화'와 '육아휴직 시 임금 보존 해주기' 정도가 있겠다.
육아 휴직 수당은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정책이다. 3개월까지는 80%, 4개월부터는 종료시까지 50%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보존 금액이 아쉽긴 하지만, 이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살림부담은 줄어들고, 그 대가로 아이를 전담할 인력이 1명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있다.
일단 회사에서는 육아휴직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령 육아휴직하는 동안의 임금 100%를 국가가 대신 부담한다고 해도 말이다. 왜? 

것은 회사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육아휴직하기 위해 팀원이 1명 떠나면, 새로운 팀원을 1명 임시로 뽑아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팀원을 다시 가르쳐서 쓸만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창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어느 세월에 사람 구하고, 어느 세월에 그 사람 가르쳐서, 프로젝트에 써먹겠는가. 결국 회사가 육아휴직을 원치 않는 것은 경제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바로 인력 공백으로 인한 대체 인력을 고용 및 인수인계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특히나, 휴직하는 사람이 특수 기술자이거나, 숙련된 사람일 경우 더 그렇다.

이것이 사실 회사가 '여성'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육아 휴직은 아이를 키우기 위한 휴직이므로 남녀 구분없이 쓸 수 있는 휴직이긴 하지만, 이 육아 휴직은 임신기간에 앞당겨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이 육아휴직을 쓸 확률이 높다. 이러한 점은 회사가 미래의 불확실한 리스크를 회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이 문제는 산업이 고도화 되지 못하고, 사람을 갈아넣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을 갈아넣는 구조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찌됐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은 팀 프로젝트상 달갑지 않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육아를 보조해 줄 사람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 맞벌이는 육아휴직 쓸 엄두조차 안 난다. 하다 못해 옆집 아주머니가 봐주면 고맙겠지만, 옆집 아주머니도 일 나가고 없다. 즉, 남자든 여자든 아이를 전담마크할 인력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나, 생활전선에서 은퇴하신 분들만 여유가 있을 뿐이다.

또한, 직업의 의미도 바뀌었다.
나가서 돈 벌 사람/아이를 전담마크할 사람 이렇게 나뉘어져 아이를 돌볼 인력이 충분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사회적 관계활동, 자아실현과 밀접하게 되었다. 물론 자아실현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느냐만은.....여튼 그렇다. 여성들도 하고 싶은 직업이 있고, 꿈이 있는 것이다. 결국 부부 중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둘 중 한명은 아이를 전담해야 하는 상황인데, 둘 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거나, 혹은 개인적 자아실현을 하려는 상황인 것이다. 대체적으로는 생계를 위한 맞벌이로서 전자에 해당한다. 아이를 낳으려면 인력이 필요한데, 해당 인력을 확보하려면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낳는 것은 좀 더 뒤로 미루게 된다.

통계적으로 봐도 소득분위가 높은 집일수록 결혼율도 높고, 결혼만족도도 높다.
외벌이를 해도 충분히 먹고 살 만하므로, 다른 1명이 전담해서 아이를 양육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산층은 맞벌이 아니면, 쪼들리는 외벌이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있는 집 자식과 없는 집 자식의 지원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자신의 계층이 자식에게 그대로 되물림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낳을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해야 할 대책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아이를 전담마크할 시설, 인력 충원이다.
이는 외벌이든, 맞벌이든, 어느 집안이든 해당된다. 과거 대가족에서 육아를 보조해주던 것과는 달리 육아를 2명이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사람을 피로하게 만든다. 24시간 중에 오전/낮 동안 만이라도 대신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현 동아시아에서는 맞벌이로 인해 육아에 전념할 시간이 부족해지자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 같은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을 일부 허용했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여 일시중단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아기 때 전담마크는 말할 것도 없고, 아기가 좀 크고 나면, 많은 아내분들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 이는 아이의 사회성이나 교육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잠깐 동안의 휴식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 동안에 빨래, 청소, 음식장만 등 집안일을 해야 한다.

탁아소, 국공립유치원 등의 사회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해당 시설을 어떻게 탄력적으로 운영할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맞벌이를 하며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려주는 것이다.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준다면, 경제적인 사정이야 맞벌이를 해서라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비용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나라가 전적으로 관리하여 시설 비용을 경감시킨다면, 굳이 비싸게 지원금을 사립 유치원에 지원할 필요도 없이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라도 아이를 시설에 맡길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시설이야 뚝딱뚝딱 지으면 그만이지만, 아이를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쉽지도 않거니와 해당 인력을 채용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 교사는 교육공무원에 해당하므로 전체적인 공무원 수급상황도 살펴봐야 하며, 사립 유치원이나 사설 탁아소는 지금처럼 보조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좋은 방법은 아니다. 지금 터진 사건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 인력수급이란 참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두 번째로는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바로 첫번째와 상통한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전담인력을 만들어낸다는 것과 같다. 단지 그 역할을 할 사람은 부부 중 1명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회사가 꺼려하는 원인과 피고용인이 쓸 수 있는 환경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하다.

즉, 회사가 느끼는 번거로움 + 경제적 원인 제거와 함께 부부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다. 이미 국가에서는 육아휴직에 의한 채용을 했을 시 회사에게 일정부분 임금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고용보험을 통해 피고용인에게 육아휴직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것을 더 강화하여 경제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 더 좋을 듯 싶은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회사의 번거로움 제거다. 중소기업진흥청과 고용노동부 사이에 시스템을 구축하여 적재적소에 직원을 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인수인계를 무조건 일어날 수 밖에 없으므로 번거로움이 완전히 제거되긴 어렵지만, 최소한 해당업종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빠르게 구할 수 있다면 번거로움이 조금은 더 사라질 것이다. 예를 들자면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일을 은퇴하신 분들, 혹은 어떠한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 사람들과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아니면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강제규정을 두는 방법이 있다. 이는 행정적으로 편리할지 모르나, 여성채용을 기피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는 것과 시설, 인력 확충은 맞벌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법으로써, 제일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즉 모든 것은 환경조성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소득이 높은 외벌이는 알아서 아이를 양육할 것이고, 소득이 낮은 외벌이는 맞벌이를 하러 갈 여유가 생기며, 기존 맞벌이 부부들도 안심하고 맞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좀 더 결혼율이 올라가지 않을까도 싶다.

결혼율이 낮은 이유는 아시다시피 경제적 원인인데 이것은 정부가 손쓸 수 없는 영역이다.
결혼을 억지로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돈을 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혼식 비용 자체를 줄여주는 정책들 - 결혼식장 무료 대여같은 것들은 나쁘지 않는 정책이다.

뭐, 이상적인 것은 무료 육아에 무료 교육으로 경제적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주는 것이겠지만, 이상은 이상일 뿐이다. '더 좋다'는 것은 한도 끝도 없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는 것이고, 각자가 노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100조원 넘게 쓰였다는데, 그 돈 다 어디갔을까.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며 지원한 돈들은 결국 길바닥에 뿌려진 것과 다름없다. 지원한 돈들은 누군가의 호주머니 속에 소득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세금은 사회적인 것이지만, 내 손안에 있는 지원금은 개인의 것인 셈이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은 1회성으로 쓰이고 말아버리기에, 부담을 줄여준다는 경제적 목적 그 자체 보다도, 지원받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지원은 육아휴직수당을 강화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인,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고민도 '왜 정부가 10년 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 저출산이 사라지지 않을까'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답이 없다. 기대수명의 증가, 취업, 육아, 결혼, 부동산 등 모든 부분에서 비용 증대, 일자리 부족, 현 기업들의 산업구조 등등 수많은 문제들이 뒤엉켜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경제문제이긴 하지만서도. 경제문제는 알아서 헤쳐나가야 할 문제고, 정부는 보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산업구조를 단기간 내에 바꿀 수도 없을 뿐더러, 인위적으로 바꿀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저출산 상태로 쭉 지속되다가 어느 정도 인구가 안정되면 다시 바뀔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손댈 수 있는 영역에 한하여 뭐든지 해봐야지.
(이번 정부가 최저임금을 손대는 목적에는 중산층 확보-저출산 방지에 기여라는 목적도 일정부분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업들이 버틸 체력이 안된다...)

복지의 문제는 늘 정도에 문제이기 때문에 어렵다.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해당되는 영역도 넓고, 정책을 시행했을 때 미치는 영향력도 크고, 사각지대나 부작용, 국가적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늘 어렵다.

p.s
글을 쓰고 보면, 사실 정부에서는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아무렴, 엘리트가 모인 곳이 정부다.)
결혼식장도 무료대여 해주고 있고, 육아휴직도 지원하고 있고, 회사에게 유인책도 제공하고 잇으며, 국공립 유치원도 늘리고 있고...단지 느려서 문제고, 사회가 안 따라주니까 문제지. 필자가 좀 더 생각해 본 것은 회사에 대한 유인책으로서 번거로움 제거 정도? 사실 저것도 거의 뜬구름 잡는 듯한 소리일 뿐이다. 실제 데이터베이스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고, 저것이 구축된다고 해도 과연 기업들이 이용할지는 또 의문이다. 원래 외부에서 왈가왈부하기 쉬운 법이고, 해보기 전에 떠들기 쉬운 법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얼굴에 한방 쳐 맞기 전까지는. by 마이크 타이슨'. 원래 해결책 제시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부작용이 없는 해결책 말이다. 
다만 지원금/보조금을 뿌리는 방식이 좋은 지는 모르겠다. 비용 대비 산출량이 굉장히 미미한 것 같아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간접적 방식으로 접근한다지만, 그 한계성 때문인지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