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외로움이 찾아오면서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현재 다수의 타자의 상황과 내 상황을 대비하면서 느낀다는 점에서 약간의 타존감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 외로움은 해소할 수가 없는, 어떤 근본적인 외로움에 가깝다. 기분이 축축 쳐지고, 약간의 우울감이 동반된다. 다수의 측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아무래도 소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외로움이 들 때면, 외롭지 않았다고 느꼈던 시절로 눈을 돌리지만, 그 시절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선 나의 부모님과, 부모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의지할 곳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내가 현재 미래의 두려움 앞에서 고독을 씹는 것처럼, 우리네 부모님들도 의지할 곳 하나없이 가족을 위해 불안감과 외로움에 맞서 싸웠으리라. 그리고 나의 친구들도 이제 부모가 되어 묵묵히 버티고 있을 것이다. 물론 행복도 있을 것이고, 외로움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아직 나는 알지 못한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은, 언제든지 의지할 곳이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당시에는 미래의 두려움을 몰랐던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의지할 곳 (- 어리광 부릴 곳)이 있다는 것은, 실제로 그것을 행하는 것과는 별개로 뿌리로서의 정서적 안도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어른이 된 이들은 당시 아이로서 힘들었던 (- 겪어왔던) 것을 잊은 채,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었던 그 달콤함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부모님들도 이러한 외로움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한 유혹들 (- 실제로도 할 수도 없는 것들)을 뿌리친 채, 의연하게 현실에 맞서싸웠던 것은 지켜야 할 어린 자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그래서 옛 조상들은 관혼상제를 중시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 결혼을 통해 비로소 지니게 되는 책임감과 참을성이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는 일종의 징표가 된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성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아직까지 난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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