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인싸템이라는 단어.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3. 5. 00:30

언제부터인가

인싸와 아싸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싸라는 단어 조차도 처음에는 자발적/비자발적 구분없이 사용함으로써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냥 나홀로족에 가까운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어느 순간 '인싸' 라는 단어가 들어오더니, 이젠 사람들을 거의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인싸와 아싸.

정확히 말해 이분법적인 구분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나가는 아이를 한 명 붙잡고 '너는 인싸니? 아싸니?'하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둘 다 아니에요'라고 답하지 않을까. 최근에서야 지칭하는 용어(?)가 분명하게 확립(?)되었을 뿐, 인싸와 아싸는 옛날부터 있어왔다. 그냥 반에서 인기많은 친구, 인기없는 친구, 혹은 따돌림 당하는 친구 라는 단어로 존재해왔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이 집단문화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사회화 기관에서 무리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인싸와 아싸가 아니다.

그 틈을 상술이 파고들어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 잇템 등등 자본주의에서는 원래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왠지 갖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는 늘 미덕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싸템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필자가 어릴 때, 흔히 말하는 '인싸템'이라는게 존재하긴 했다. 인기 있는 애들이 가져오는 장난감 같은 것들 말이다. 단지 그것을 인싸템이라 지칭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젠 인싸템이라고 직접적으로 지칭을 한다.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단어가 생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의식화' 작업이다.
지칭하는 단어가 없는데, 비스무리한 현상이 등장할 땐, 그것은 은연중에 발생하는, 암묵적인 문화같은, 혹은 누군가는 휘둘리지만,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그런 두루뭉술한 성질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용어의 등장으로 인해 그것은 명확해졌다.

아이들은 인싸, 아싸라는 단어를 명확히 구분해서 쓰고, 인싸들이 갖고 있는 아이템, 인싸템을 명확히 인지한다. 인싸템이라는 단어는 사실 인싸와 아싸가 등장한 후에 나온 신조어지만, 분명히 그 신조어는 굉장히 악의적이다. 사람을 위, 아래로 나누듯이 인싸와 아싸로 이분법화시키고, 그 사이를 자본주의적 마인드가 깊게 파고 들어서 흔들어 놓는다.

자본주의의 무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 마인드 자체에는 악의도, 선의도 존재치 않는다. 오로지 돈벌이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 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서서 인간의 삶 자체에 침투한다. 그 삶이 악의로 얼룩지든, 계급화 되든, 망가지든, 신경쓰지 않는다.

인싸템.
그것은 분명히 사람을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나눔 짓는 것이며, 그 나눔을 의식화시키는,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공포감을 먹고 자라는 추악한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