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옛 사진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5. 13. 23:21

옛 사진을 본 적 있나요?

안녕하세요. 일주일 만의 편지네요. 오늘은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해요. 저번 편지는 옛 노래의 편지 였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엔 옛 사진에 대한 편지를 쓰게 됐네요.

혹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나요? 요즘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사진을 열심히 찍지요.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아니라 할 지라도 사람들은 추억 때문에, 너무 멋진 풍경 때문에 사진을 찍곤 해요. 사실 전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이었어요. 왠지 사진을 찍는 것이 부끄럽고, 또 제 모습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반대로 누군가를 찍지도 않았어요. 덕분에 제 휴대폰 속 사진첩에는 몇몇 풍경 사진들과 어느 어플에서 받은 배경 사진만 잔뜩 있지요. 혹은 캡처했던 좋은 대사나 명언들 뿐이에요.

오늘 문득 사진첩을 열어 보게 됐어요. 그 사진첩 속에는 옛 부모님의 모습이 남아있더라구요. 음.. 한 7~8년 전쯤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 속 부모님을 보면서 문득 그리운 느낌이 들더라구요. 지나가버린 부모님의 모습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한편으로는 '아,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어 놓을 걸. 사람들이 이래서 사진을 많이 찍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린 현재를 살고 있고, 현재는 지나가버리면 다신 돌아오지 않죠. 그래서 사진을 찍으려 애쓰기보단 현재에 충실하며, 경험을 만끽하며 살자는 것이 제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변하는 것 같아요.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 과거예요. 하지만 그 과거를 붙잡아 놓는 것이 바로 이 사진이지요. 그때 그 시절, 그 시간, 그 공간을 말이에요. 우린 그것을 보면서 그리움을 채워나가겠지요. 부모님 뿐만 아니라 그 대학시절 즐거웠던 시간, 즐거웠던 만남, 그리고 해외에서의 여행들...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어요. 평소엔 서랍을 닫아놓고 있다가 사진을 본 순간, 추억의 서랍장을 열게 되는 거예요. 같이 추억을 곱씹지 않아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들이 떠오르지요.

남는 게 사진이라는 말이 이제서야 와닿아요. 인물사진은 피하고, 항상 밋밋한 풍경사진만 찍었는데, 인물사진이 남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인물들은 상처로 남기도 하겠죠. 그건 그때 가서 지우면 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제 사진첩은 업무와 관련된 사진과 가끔씩 찍는 풍경사진만 간간히 채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풍경사진을 봐도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감흥이 없어요. 그냥 흔하게 보이는 예쁜 풍경일 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역시 그 안에 담길 추억이겠죠.

혹시 사진 찍는 걸 귀찮아하거나 본인 모습이 찍히는 게 싷어서 주저하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당장에는 귀찮고, 봐도 별 감흠없고, 그냥 본인이 찍고 나서도 잊어먹겠지만, 10년 후, 20년 후엔 정말 다르게 와닿을 거예요. 나중에라도 마음에 안들면 지워버리면 그만이니까, 자신만의 추억이 담겨 있는 사진을 꼭 남겨 보세요.

분명히 후회하지 않을 거라 확신해요.
올 한 해는 행복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잔뜩 찍길 바랄게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 - 필연적 무관심 그리고  (3) 2022.05.28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 - 사라져가는 담론  (0) 2022.05.22
옛 노래의 편지  (0) 2022.05.06
편지  (0) 2022.04.30
편지  (0) 202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