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4. 30. 23:02

안녕하세요? 일주일만의 편지네요.
오늘 오전에 날씨가 하도 좋아서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일이 있어서 밤에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 같아요. 자연스레 이런 일, 저런 일을 구구절절 펼쳐놓지요. 마치 어린애가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재잘재잘 밖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처럼요. 아마도 이 편지를 읽을 청자를 고려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요. 이 편지가 즐거운 분들은 편지를 보고 가실 테지만, 이 편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분들은 금세 닫기를 누르고 가실 테지요. 우린 대화를 하더라도 아무리 친하더라도, 말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상황이나 상대방을 고려해서 가리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편지는 마음 편하게 툭툭 털어놓는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일이 많다 보니 목록화시켜서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일이 많아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적당히 기록하면 됐거든요. 지금은 해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라서 일일이 적어놓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바쁘게 산다는 것이 피곤하지만, 좋은 거라 생각해요. 얼마 전에 기분 좋은 일이 있었어요. 보너스를 받았거든요. 금액이 크든 작든 추가적인 수입이 생긴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요. 돈 쓸 데가 없더라도요. 몇몇 필요한 소모품 외엔 생활용품들은 한번 사면 오래오래 쓰는 편이라서 소비를 거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음식을 화려하게 먹는다든가, 외식을 자주 한다거나 그러지도 않고요. 최근에 배달 음식을 먹어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네요.

오늘은 소비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일상생활 용품을 어떤 걸 쓰시나요?
우린 일상에서 쓰는 사소한 물건들을 사소하다는 이유로 싼 걸 쓰지요. 반대로 중요한 물건들은 너무 비싸서 예산 문제로 싼 걸 사게 되고요. 소모품은 소모품대로 계속 쓰는 물건들이니까 싼 걸 찾게 돼요. 쓰고 보니 비싼 것 - 흔히 말하는 명품을 사는 경우가 없네요. 가끔 기념일이나 뭐다 해서 특별한 경우에 명품을 사게 되지요. 그래서 그 명품들을 집에서 고이 모셔놓게 돼요.

저는 무리가 안 되는 한도내에서 생활용품에서는 좋은 제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명품은 브랜드값이 커서 제품 도구성 대비 효율이 너무 안 좋아요. 흔히 말해 가성비라고 하지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예산도 생각해야 하구요. 하지만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 중에서 좋은 제품들은 충분히 살만해요. 예를 들자면, 부엌칼이라든가, 우산, 접시나 그릇, 방한용품 등등이요. 이런 물건들은 한번 사면 두고두고 쓰게 되지요. 그리고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어요. 그래서 좋은 걸 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격 싼 걸 사서 칼이 잘 안 썰린다거나, 바람이 세게 불어 우산이 뒤집어져 버리는 바람에 비를 쫄딱 맞게 되었다거나 그런 경우가 있지요. 생활용품들은 말 그대로 생활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한 제품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확실하게 편의성을 증진시켜주는 제품을 쓰는 것이 좋지요. 직접적인 삶의 질이 올라가니까요. 소모품은 계속 써야 하는 제품이니까 가격을 고려해서 적당한 걸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잉크라든지, 공책이라든지, 수세미라든지, 휴지라든지 뭐 그런 것들이요. 이것도 좋은 제품을 고른다면 가격이 계속 올라가겠지만, 어찌 보면 필요 이상의 제품일지도 몰라요. 제품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편의성을 넘어서서 프리미엄화 - 과시나 구분짓기용으로 넘어가게 되거든요. 잉크나 공책은 잘 안 번지고 잘 써지면 그만이에요. 그리고 이런 기초적인 부분은 어지간한 제품들 모두 합격이지요. 상향 평준화되었거든요. 하지만 여기에 무얼 섞었다, 어떤 향을 넣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이 뻥튀기되기 시작해요. 본래 목적 이외의 것이 추가되면서요.

최근에 저는 품질 좋은 우산을 하나 샀어요. 가격대가 조금 나가지만 우산대가 카본으로 만들어져서 무척 가볍고 튼튼하더라고요. 원단도 좋은 것 같고요. 가격은 한 3만원대 정도의 장우산이었어요. 어쩌면 이런 구매가 나만을 위한 조그마한 사치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소소하지만 내 생활과 밀접한 생활용품들은 가격을 조금 더 주더라도 좋은 걸 사야겠다.' 우산을 사면서 드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에 쓰게 됐어요. 자동차나 이런 것들은 명품을 사기엔 너무 비싸고, 주방용품이나 방수용품, 방한용품 등 생활에 밀접하면서도 한번 사서 두고두고 쓸만한 제품들은 좋은 걸 사야겠다고요. 하나씩 하나씩 사면서 기존의 것들은 처리하려고요. 좋은 제품들은 또 오래 쓰면 물건의 주인들을 닮아가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그런 제품들은 온전히 나만의, 고유한 제품이 되기 시작해요. 물론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지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당신을 닮은 물건이 있나요. 오랫동안 소중하게 사용해서 당신이 습관들이 묻어나게 된 그런 물건들이요. 이 물건들이 언제부터 당신과 함께 해왔고,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누며 소소하게 삶을 공유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사람은 태어나서 무수히 많은 물건들을 쓰게 되지요. 그리고 그 무수히 많은 물건들 중에서 몇몇 특별한 물건들은 의미를 부여받지요.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상품들 속에서 상품에 녹아든 삶의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많고, 또 얼마나 다양할까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 속에 담긴 수많은 삶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하나 얹는 거라 생각해요.

편안한 밤이 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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