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 - 사라져가는 담론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5. 22. 15:17

사회를 생각하고, 시민을 생각하며,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여유가 생겨서 카페에 다녀왔어요. 오래 전에 사뒀던 '명견만리'라는 책을 들고요. 가볍게 앞부분만 읽었는데, 꽤 진지하게 한국 사회와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무척 좋았어요.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또 진지하게 사회에 관하여 생각해왔던 것들이나 분석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과거엔 이런 생각들을 이곳에 남기며 차분히 정리하곤 했는데, 그런 글들을 쓴 지 오래됐네요. 그냥 이젠 의도적으로 그런 생각을 잘 안하는 편이에요. 이따끔씩 나의 소식을 전하며 편지를 쓰는데 만족하곤 하지요. 워낙 성격이 재미없고, 진지하고, 또 부정적인 편이라, 사회에 대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다보면 글들이 암울하니까요. 어차피 부정적인 결론은 변함없고, 전문가도 아닌 내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해봐야 의미없다 생각도 들고요. 그냥 이 티스토리에 오신 분들은 편안하게 있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 가벼운 일상이야기만 쓰고 있어요.

사회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제 우리 사회는 그런 담론들이 불가능해져버렸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사회적인 연구를 하는 학자분들이나 정책 결정에 자문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관심사일 테지만, 우리 시민 사회에서는 무관심한 주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제가 그렇게 느끼는 바이니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다들 개인의 삶을 유지하기 바쁘니까요. 일하고, 남는 시간에 뒤져지지 않게 자기계발하고, 주말에는 밀렸던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그런 비슷한 생활 톱니바퀴처럼 반복하며 살아가지요. 일상을 유지하는데 바싸서 특별한 경험이나 큰 변화를 일으키기가 어려워요. 하물며 그런 상황에서 사회를 걱정하고, 국가를 걱정하고, 미래를 걱정한다? 그럴 수 없죠. 저부터도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실적이나 몸값을 올릴 수 있을까. 어떤 자격증을 따면 좋을까. 혹은 오늘은 퇴근 후에 무얼할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은 뭐가 있을까.' 등등 이런 개인적 삶만을 생각하는데 그치는 걸요. '물방울들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말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혹은 미래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힘을 쏟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이런 공동체를 위한 생각들, 미래를 향한 생각들을 소위 말해, 전문가라는 이유로 '전문가'에게만 맡겨두고 내 삶만 치중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요. 어찌보면 내 미래인데 말이지요. 내가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니, 나의 미래이기도 한데, 그걸 타인에게 맡겨둔다는 것이 말이지요. 그래도 옮고 그름을 떠나서 물리적으로 안되는 걸요. 그 이유가 시간이든, 비용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지요. 씁쓸한 현실이에요. 누군가는 핑계라고 하겠지요. 조금만 고생하면 될텐데 핑계대고 있다고. 그리고 이 미래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최우선 순위라고 할테지요.

사실 귀찮은 거예요. 이젠.

내 삶만 열심히 챙겨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생각만 많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도 않았고, 이젠 그런 생각들도 접어두고서 내 삶만 어떻게든 챙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게 될 때면 한편으론 마음이 동하곤 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글을 쓰게 됐네요.

이래서 어릴 때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말하나봐요. 어른이 되면 자신의 삶을 챙기느라 삶이 단조로워지니까요. 일하고, 쉬고, 자고, 다시 일하고.... 반복된 삶의 일상이지요. 주말에 잠깐씩 데이트를 하거나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겠지만, 전부 일상에서의 약간의 변화일 뿐이지요. 작은 따옴표 같은 변화라고 할까요. 어른이 되면 자신의 책무와 사회적 지위에 얽매여 자유와 변화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또 아이들이라고 특별한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아이 곁에 있어줘야 할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느라 바쁜 걸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가 스펙 쌓는데 치중하게 만들 뿐이지요. 한국 사회는 이제 경험마저 죽어버리고 천편일률적인 삶으로 재단되어 가는 듯해요. (원래부터 그랬지만) 이젠 경험마저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돈이 많은 집안은 외벌이를 하면서 부모 중 한 명이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겠지요.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할 거고요. 씁쓸하네요.

이렇게 쓰다보면 암울해지고, 씁쓸해지지요.

눈을 돌린다고 해서 불편한 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구태여 자꾸 보면서 상기시킬 필요도 없잖아요? 물론 자꾸 보면서 해결책을 찾고, 고민을 해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겠지만요.

p.s
지금 읽고 있는 명견만리를 전부 읽고 나면 정리해서 글을 써볼까 해요. 물론 리뷰도요.
부디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안 걸렸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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