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늘 그랬듯이, 날씨가 참 좋네요 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해봅니다. 지금 저는 바닷가에 와 있어요. 그러니까 이 편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쓰고 있는 셈이지요. 제가 느끼고 있는 바닷바람과 바다내음이 이 편지를 통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휴대폰으로 딱딱하게 쓰여지는 이 글이, 미흡한 글재주가, 차마 이를 전할 수 없음이 아쉽네요. 이젠 여름이네요.
지난 5월달은 어찌 지내셨나요. 저는 적당히 적응하며 때론 바쁘게, 때론 쉬면서 지냈어요. 며칠 전에는 자동차 극장에 다녀왔어요. 이번에 리뷰한 범죄도시2 역시 자동차 극장에서 본 거예요. 자동차 극장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터라 궁금했거든요. 자동차 안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게 무척 좋았어요. 영화관에 가면 주변 사람들을 신경쓰느라 조심해야 하고, 반대로 신경쓰이기도 하지요. 집에서 볼 수 없는 대형스크린과 가까이에서 듣는 소리, 그리고 주변을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움이 장점인 듯해요. 단점은 영화관에 비해 비싼 가격과 차량의 유무, 자동차 오디오의 품질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 야외이니만큼 외부 방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정도겠네요. 늦은 밤 드라이브 겸 나와서 영화를 보면 꽤 괜찮을 것 같아요. 가격만 저렴했다면 자주 갔을텐데. 집돌이/집순이 분들은 영화관보다 자동차 극장이 더 나을거예요.
뭐 이렇게 가끔씩 여가도 즐기면서 잘 적응해가며 살아가고 있어요. 오늘은 외근을 나왔다가 잠시 바닷가에 들렸어요. 제가 예전에 영화<기생충>을 리뷰하며 채취에 이야기 했었죠? 그래요. 채취. 사람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을 닮아가요. 바닷가에 오래 산 사람은 바다냄새를 품고 있죠. 바다내음과 약간의 비릿함, 그리고 짠기운까지. 그리고 성난 파도와 싸우면서 거칠어지기도 하지요.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채취를 지니고 있어요. 그리고 우린 그 채취를 통해 어렴풋이 상대방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해요. 반대로 이미지가 채취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지요. 채취는 쉽게 바뀌지 않아요. 그것은 몸에 깊게 베인 생활, 삶 그 자체지요. 우린 과연 상대가 우릴 향해 향기로운 채취를 상상하게 할만큼 바른 삶을 살고 있을까요.
바닷가를 나오며 편지도 이만 줄여요.
이번 주말엔 바다향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남 (0) | 2022.06.04 |
---|---|
고리타분한 편지 (0) | 2022.06.04 |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 - 필연적 무관심 그리고 (3) | 2022.05.28 |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 - 사라져가는 담론 (0) | 2022.05.22 |
옛 사진 편지 (0) | 2022.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