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아있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불행하다.
- 안나 카레니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으로 유명한 문구다.
'저마다 비슷하다(is all alike)'라는 해석이 가장 유명하고 널리 사용되지만 '서로 닮아있다(is resemble one another)'이라는 해석이 2014년에 새롭게 번역되었다.
- blog.naver.com/leesiro/221039120440, 네이버 블로그 <안나 카레리나> 첫 문장 읽기 참조
번역은 미묘한 뉘앙스차이를 살리는게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독자들 입장에선 본래 나타내고자한 뜻이 어떤 것인지 적당히 알아먹을 수만 있다면 크게 상관없다.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행복한 가정은 다 고만고만한 비슷한 이유로 행복한데,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원인으로 불행하다는걸 작가가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면 닮아있든 비슷하든 번역은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저 문장이 쓰인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면 분명히 미묘한 뉘앙스 차이는 크다. 이 문장이 일종의 속임수, 페이크 였으며, 소설을 읽어가며 저 문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들 의도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닮아있다고 했는데, 정말 닮아있는게 맞는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정말 비슷한가? 하고 의심하게 되는 것과 소설의 이해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다른 과정을 지닌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슷하다는 말은 닮아있다는 말보다 더 포괄적이다. 차이점에 좀 더 넖은 포용력을 지닌다. 아마 닮아있다 > 유사하다 > 비슷하다 순으로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아마 닮아있다고 해석한다면 소설을 읽으며 정말 닮아있는지 의심하며 저 문장을 다시 고찰해볼 가능성이 높지만, 비슷하다고 해석한다면 그냥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p.s
사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뉘앙스 차이가 아니었다. 좀 더 정확한 문구를 찾다보니 글을 쓰게 됐는데, 하고자 하는 말은 이하 글이다.
작가가 어느 쪽을 의도했든 간에,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아있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방식대로 불행하다'는 말은 참으로 공감가는 문구다.
불행해지긴 쉬운데 행복해지긴 어렵다.
불행해질 이유는 많은데, 행복해질 이유는 하나다.
삶의 만족에서 한 부분만이라도 불만족이 생기면 우린 그것을 통해 불행한 이유를 곧 잘 찾아내지만, 행복은 전체적인 만족에서만 찾기 때문이다. 고로 행복한 가정은 대체적으로 유사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지기는 쉬운데 행복해지긴 어렵다.
불행해질 이유를 찾긴 쉬운데 행복한 이유를 찾는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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