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불행으로 향하는 문과 행복으로 향하는 문은 항상 같이 열려 있다 by 마음먹기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5. 13. 11:57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였을까.
아니면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보기 싫어서였을까.

카카오톡 대부분의 친구목록을 숨김 표시로 한 후에 카카오톡 자체를 멀리 했다.

(나의 정신 건강상) 별로 좋지 못한 행동으로 친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종종 보곤 했는데, 그 때마다 괴로움이 동반됐다. 그 친구들의,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이 그렇게 빛이 나 보였다. 마치 빛을 싫어하는 악마처럼, 나는 그 눈부심으로 고통에 몸부림치곤 했다.
그래서 애써 카톡을 멀리했다.

어제 문득 카톡을 켜고서 친구들의 프사를 하나씩 둘러보았다.

믿기지 않으리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친구들이 나잇살을 먹었고, 아이를 낳았고, 새로이 결혼도 했다. 친구들의 지난 사회생활의 흔적들을 보면서도 내 나이를 실감하지 못했다. 아직도 한창 대학생시절 마냥 정신연령이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마치 세월을 잊은 신선처럼, 나는 세월을 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괴롭다거나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즐거운 느낌이었다. ....반가운 마음이었으려나.
'이 친구는 살이 좀 쪘네. 와 얘도 나잇살이네. 오, 둘째 낳았나보네. 얘는 그대로인가보다. 어, 얘는 임신중인가보네. 와, 얘도 결혼했네.' 등과 같은 중얼거림으로 그들의 한순간의 근황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뒤를 이은 생각은 이전과는 달리 희망이었다.

그것은 마치 행복회로를 돌리는 것과 같았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던 방황을 이젠 끊어낼 때도 됐다는 생각과 이제 슬슬 나도 열심히 달려서 이들처럼 자리잡기 시작해야지와 같은 생각이었다. 내 능력과 노력에 자신을 갖고, 나도 마음만 먹고 달리면 능히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지금와 글을 쓰며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안이한 생각인듯 하다. 실제론 많이 뒤쳐졌고, 그것을 따라잡으려면 어중간한 노력으로는 안될 텐데 말이다. 과연 잘 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허나 의심하면 안 된다. 의심은 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나를 바닥으로 잡아당길 것이다.)

하지만 좋다.
현실직시를 핑계로 좌절에 갇혀 있는 것보단, 차라리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열심히 사는 것이 훨씬 낫다. 어차피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 이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는 현재에 대한 좌절로 이어질 뿐, 달라질 것은 없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 근거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열심히 현재를 살아갈지, 나태한 현재를 살아갈지는 내 몫이다. 이제 다시 달릴 것이고, 나는 근거없는 이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야 말 것이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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