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글을 썼다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에 쓰는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거리는 것일뿐,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하지요. 끝나지 않을 논쟁들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해봐야 입만 아프죠. 식은 떡밥이라고 하죠.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이미 다들 알고 있어서 다시 이야기해봐야 지겹기만 한 것들 말이에요. 하지만 일단은 놔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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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울한 이야기를 좀 할까 해요.
우울한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대로 글을 덮으셨으면 해요.
이렇게 이야기 했지만, 그렇게 우울하거나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단지 이 글은 약간의 우울함을 풀어 쓰기 위한 글일 뿐이고, 우울함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이야기를 보는 것들은 재밌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칭얼거림이나 우울함을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문득 미래가 두려워졌어요.
밑에서 쓸 글의 주제와는 맞지 않지만 말이에요. 과거에 대한 후외와 미래에 대한 칭얼거림은 이미 많이 했기 때문에 별 느낌은 없어요. 칭얼거려봐야 달라질 거 없고, 이젠 후회니 뭐니 그런 느낌도 들지 않아요. 단지 망했다는 느낌일까요. 이대로 흘러가도 좋은 걸까와 같은 느낌이지요. 어떤 이가 보기엔 크게 망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요.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있는거니까, 배부른 걱정일지도 모르겠지요. 불행은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남들이 망했다고 말할 수준만큼 내가 망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은건 아니에요.
어떻게든 잘 풀릴거야 라는 안이한 긍정들이 무너진 느낌이에요. 좀 더 의지를 가지고 발전하는 나로 살아가기로 다짐한게 얼마전인데 우습죠. 지금 이래도, 어떻게든 잘 될 것이고, 열심히 노력만 하면 잘 풀릴거라는, 막연한 믿음 이전에 현재의 내 모습을 본 거죠. 추락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해요. 한번도 날아오른 적이 없었으니까요. 과거에 늪처럼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죠. 어느샌가 가라앉고 있다는 걸 잊었어요. 끓는 물에 삶아진 개구리 같은 거예요. 삶아지고 있는데, 나의 두 눈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거죠. 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요. 나의 이 상황을 외부탓으로 돌리진 않을 거에요. 분명히 이것은 인생을 안이하게 생각했던 나의 탓이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꼬아놓은 내 인생을 푸념하는 것을 보면 한대 맞을지도 몰라요. 그 나이먹고 아직도 애냐고, 남들이 네 인생을 짊어질 수도 없는 것인데, 왜 스스로 이겨낼 생각도 안하고 도망만 쳤으면서 이제와서 징징거리냐고. ...맞아요. 우울해 하는 것 이전에 창피한 줄 알아야겠죠. 창피함을 느꼈다면 이렇게 징징거리지도 않았을 거구요.
알았으면 이제 우울함은 털어내야죠. 난 왜 독해지지 못할까요. 그런 주제에 왜 쓸데없이 막연한 긍정을 하고 있을까요. 난 지금 뭔가 못하고 있지만, 제대로 노력만 하면 잘 될거야 와 같은 막연한 믿음, 내 능력을 과신하고 있을까요. 이제와서 진짜로 뭔가를 해낸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생각한 성공한 것일까요.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었는데요. 남들은 자연스럽게 해낸 것들을 뒤늦게서야 해내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겨우 인간으로서의 한 몫을 해낸 거죠. 겨우 한 사람 몫이 아니라, 성공이라 불릴 만큼 해내려면 한방 뒤짚기 밖에 없어요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그 한 방 뒤짚기에 도전하죠.
...전 나이를 안 먹을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었어요. 마인드가 여전히 대학생 때를 벗어나지 못했서 정신을 못 차렸던 거죠. 나이를 안 먹었다고 착각했던거고, 잘 풀릴거라 막연히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봤던 거죠. 나를 어디에 내놓아도, 나에게 붙는 꼬리표는 나이먹고, 살찐 아저씨, 백수일 뿐이죠. 그건 마치 어디선가 들어봤던 - 난 아직 젊어! 라고 외치며 안쓰럽게 혹은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아저씨'들 이야기 같은 거죠. 그런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더 '아저씨'스럽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물론, 아저씨에 대해 비하하려는 의도로 쓴 건 아니에요. 아저씨를 얕잡아보지도 않구요. 이건 일종의 인터넷에서 돌아다디는 아저씨의 '기의' 같은 거죠. 뭐, 대한민국은 나이가 깡패잖아요. 10대-20대의 학창시절만 빛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30대부터는 사회인, 아저씨로 그냥저냥 병풍취급되니까요. 그런 의미를 잠깐 빌려 썼어요.
우울함이 좀 가시네요.
해야할 것이 많아요. 외모도, 살도, 직업도. 매일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바라는 것은 정신병이에요. 정신없이 살아야 하고, 하나씩 하나씩 정복해 가야죠. 그래야만 해요. 막연한 긍정도 버릴거고, 그냥 미래에 대한 생각은 좀 버릴래요. 우울함만 더해지고,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니까요. 어쩌면 지금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외면한다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아요. 현재가 무료하게 느껴지고, 마치 도를 닦는 스님처럼 모든 것이 의미가 없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도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일 거에요. 그런 것 있잖아요. 시험기간에 게임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초조하고, 즐거운 느낌이 안 나는 것 같은 거요. 아닌가요? 시험기간에 게임하면 더 즐겁나? 여튼 그런 것이요. 바쁘게 살면 우울한 시간이 어딨겠으며, 무료할 시간이 어딨겠어요.
해야할 것이 많아요. 너무나도 많지만, 이것에 압도당하지 말아야겠지요. 해야만 해요.
언제부터 안주하게 됐는지 라든가, 후회라든가, 막연한 기대감이라든가,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든가, 훗날의 걱정 따위는 이제와서는 따질 의미가 없죠. 현재를 살아가지 않는 이상은요.
그래요, 실존이에요.
공상은 이제 하지 않는 것으로.
내 삶의 현재를 즐기며 멋지게 사는 것이 답이라 생각해요.
p.s
밑에서 쓸 글은 따로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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