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 자신을 태워버리지 않게 말이지요.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5. 2. 20:56

문득 내 자존감이 상당히 바닥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연민이 아닙니다. 객관적인 자기 고찰이지. 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해야 방안을 강구할테니까요. 하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안은 없습니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지요.

친구들과의 연락이, 나의 지인들과의 연락이 괴롭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못난 내 자신을 보이기 싫은 것 뿐입니다. 참으로 모순적이지요? 우리는 친할수록, 사랑할수록 숨김없이 진심으로 대하라고 하는데, 실상은 '친해서, 사랑해서'라는 이유로 본심을 숨기곤 합니다. 잘난 면만 보여주고 싶지요.

하지만 그 마음의 이면엔 버림받을지도 모를 두려움이,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우리 사이가 그 정도도 이해 못 해줄 것 같은 사이냐?'라는 말이지요. 그래요. 나는 내 친구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니 친구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역시 마음이 답답하다 느낍니다.
.........어렵네요.

소중한 관계이기에 오히려 괴롭다면, 그건 분명히 자존감 문제입니다.
모두와 연락을 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정착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외로워하는 걸 보면 참으로 모순적이고, 제멋대로인 존재입니다. 이 티스토리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해방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익명의 존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몇 마디 글을 적다가 지웠습니다.

넋두리지요.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쉬워서, 부정적인 글을 읽으면 읽는 사람마저도 기분이 축축쳐지곤 합니다. 그런 글은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독자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요즘엔 침묵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은 불과 같아서 많이 쓸수록 불씨가 사방으로 튀어오릅니다. 그리고선 본래의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말지요. 내 안의 불은 가만히 들여다 봐야 합니다. 실수로 내 자신을 태워버리지 않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