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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전문가의 푸념 - k 방역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12. 12. 12:13

오늘은 방구석 전문가 노릇을 해보려고 한다.

외부인이야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으니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서도 드러나는 것이 없으니..

 

대통령이란 어떤 자리인가?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신의 왕좌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긴 대통령이 지닌 인사권과 권한, 대통령이 내뱉는 발언 한마디에 행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엄청난 권세를 지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대통령은 권한이 크지 않다. 수장으로서 지니는 위상은 엄청나지만 팔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답이 없다.

 

대통령의 자리는 '보여주기'다.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발언과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퍼포먼스로서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친다. 그의 행동과 발언을 분석하여 샤샤샥 움직이는 것은 그 밑에 있는 이들이 할 일이다. 대선 때 정치인들이 시장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치인들이 시장에 감으로써 '내가 서민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라고 어필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어느 것에 중점을 두고 있고, 어느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할 일은 그 방향성을 좀 더 분명하게 제시하고 보여줘야만 한다.

 

필자는 K- 방역이 실패했다고 본다.

 

원래 K - 방역은 상당히 잘 이루어졌다. 다소간의 통제가 안되는 불협화음이 있었어도 외신이 칭찬한 것처럼 빠르게 검사를 하고, 추적하고, 격리하여 상당히 잘 대처했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외부 방역 역시, 과거 필자가 글을 쓴 것처럼 상당히 잘 해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과태료 10만원, 마스크 미착용 시 대중교통 이용 불가와 같은 행정처분은 굉장히 좋은 대처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방역을 선방했던 탓일까. 상당히 안일해졌다. 국민도, 정부도.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더 심해질 거라고 경고했었고, 방역 단계에 대해 비판을 줄곧 해왔다. 그런데 여태껏 해오는 걸 보면 글쎄다. 단계를 가지고서 2 단계니, 2.5 단계니, 3 단계니 그 말장난 같지도 않은 짓을 하더니 겨울철에 대해 대비도 미숙했던 것 같다. 마스크 사재기가 일어날 징조가 보였을 때도 늦장 대처가 됐었고, 코로나 단계 격상을 해야 하지 않나 할 때도 굉장히 머뭇거리면서 단계를 세부적으로 나눈 끝에야 격상시키는데 그쳤다. 이제야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한 코로나 검사비용은 어떻고. 그 외 백신 확보라든지, 지금 사람들이 몰리는 리조트에 대한 제한조치라든지 등등. 전부 초기에 했던 제한 조치만 유지할 뿐, 계절 특성에 의한 모임 장소나 집합 건물 등에 대한 단속 및 제한 조치는 손 놓고 있다. 그나마 초기에도 일선 공무원들과 의료진의 희생 덕분에 상당히 선방한 것이지,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행정적, 법적 조치는 늘 대처가 늦었다. 그래 놓고 K - 방역이라고 자화자찬하는데, 그쳤으니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방역을 잘한 것은 맞다. 그런데 그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렸다. 대통령부터가 K - 방역이라고 자찬하고 그 이후엔 관심을 거두어 버리니 어떻겠는가. 필자는 앞서 대통령이 '보여주는 자리'라고 했다.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어느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하는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에 행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과 제도적 개선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의 말 중에 겨울철 방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있나. 보면 줄곧 'k - 방역, 예외적인 선방' 이런 식으로 자찬하면서 단계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행정부는 그렇다면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방역은 나름대로 선방했으니, 이젠 경제에 치중하면 되겠다고 여길 것이다. 트롤 짓하는 국민을 제외하고서라도 정부 내에서도 코로나에 대해 안일함은 더해졌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탄소배출, 환경에 대한 언급만 하고 있으니... 물론 대통령이 신경 쓸 분야는 많다. 외교, 환경, 경제, 정치, 법, 거기다 예외적인 의료 상황까지도. 게다가 경제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 힘든 직업이긴 하다. 그래도 어느 부분을 우선순위에 둘 지, 겨울철 방역에 대한 대비책은 어떤지 관심을 둬야 하지 않았나 싶다.

 

정부가 삽질한 것도 맞고 초기 방역도 잘했지만,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려서 앞으로의 방역에 대해서는 손을 놔버렸다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정부는 너무 외줄타기만 하다가 실패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느 한 쪽에 치우쳐지지 않고, 중립적으로 잘 봐야 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경제분야에서도 빈부격차를 잡으면서, 거품도 잡으려는 외줄 타기 정책을 하다가 실패했고, 이번 방역에서도 경제를 고려하면서 방역도 잘하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분명히 어느 한쪽을 포기하게 되면 욕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필요한 때 양자택일을 하면서, 욕을 먹어가면서, 그 부작용을 다 껴안고 가기에 무겁다. 굉장히 무겁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지지율이 떨어질까 봐, 다음 대선에서 여당이 밀릴까 봐,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다. 이번 정부는 이도 저도 아니게 외줄 타기만 하다가 끝났다.

 

....이런 결단력 면에서는 보수라고 불리는 그 당이 낫긴 하다. 물론 그 정책들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여당이 바뀔 때마다 매번 그래왔던 것 같은데, 역시는 역시나다.

 

이상 방구석 전문가가 푸념하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