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11. 11. 15:55

어느 새부턴가 평범한 것이란 평범하지 못한 걸 의미하게 된 이 때, 대한민국의 평범한 삶이란 허들은 너무나도 높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선 평범한 삶을 살아야 대한민국의 어엿한 국민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한 명의 국민으로 살아가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이란 최소 수도권을 살아가는 중산층을 일컫는다.

우선 지방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 지방이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곳으로서, 광역시 정도는 그래도 도시가 아니냐고 의문을 할테지만 광역시는 다른 시,도에 비해 좀 더 친밀한 느낌의 인접국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매체와 중앙 정부, 그리고 정부를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지방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그냥 지방이라는 딴 나라에서 발생하는 일일 뿐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에 대해 뭔가 터지면 연일 집중 보도가 시작되면서 온갖 정책이 쏟아지고, 정부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 지방에서 일어나는 건 그 작은 소요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밤늦게 출근하고 새벽녘에 사라져, 도시에 존재하되 존재감 하나 비추지 못하는 청소부처럼 지방 사람들, 지방정부는 tv 속에서나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서울 시민들의 태도가 대한민국 시민들의 태도를 상징하는 것이며, 서울에 있는 중앙정부의 정책들이 대한민국의 정책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서울 시민이라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또한 그 중에서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중산층이어야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고, 가장 폭이 넓은 층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과 제도는 그들을 기본 바탕으로 조율이 이루어진다. 얼만큼 세금을 거둘지, 얼만큼 누구에게 세금을 활용할지, 저항은 얼마나 될 지 결정짓는다. 그리고 그 중산층들은 쁘띠 부르주아로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 자격을 갖게 되고, 그 힘으로 정책의 방향에 무게를 싣는다.

이 중산층이라는 층위에 해당되지 못하는 층들중에서 하류층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이들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으며, 그저 정부 정책에 삶의 변화를 맡긴 채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정부의 이들에 대한 인식 역시 그저 사고만 안나게 그냥저냥 조용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 평균연봉이 세전 3800만이라는데, 이를 월로 나누면 세후 280만 남짓이다. 생각보다 많이 작다. 280만원 안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정도 버는 사람들 스스로도 이게 월급이냐고 자조하곤 한다. 어찌됐든 통계상으론 280만원 벌어오면 중산층이다. 그러나 현실은 월 280만원으로 4인 가족 유지가 안 된다. 게다가 이것은 평균일 뿐 훨씬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실질적인 중간값은 더 내려가지 않을까 한다. 1인당 평균, 맞벌이로 계산해 4인 가족 560만원을 잡아도 나, 배우자, 양가 부모님, 자식들까지 생각하면 답이 없으니 배우자와 나의 노후 대비는 불안정하기만 하다. 중산층에 해당되는 층위부터가 이렇게 노후가 불안정하니, 흔히들 생각하는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는 그런 삶을 가진 중산층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머리로 생각하는 중산층의 인식과 현실적 중산층은 괴리가 크다. 우리들에게 있어 중산층이라는 커트라인의 벌이는 월 350 이상을 벌어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통계상으론 280만 되도 중산층이지만, 중산층으로 취급되어 질 수 있는 것은 월 300이상이다. 그러면서 적절한 자산과 삶에 여유도 있으며, 교양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중산층이라는 허들은 생각보다 많이 높다. 상위 20퍼 안에 들어온 이들부터나 중산층으로 취급받지 않을까. 거기다가 4년제 대학 졸업은 거의 필수다. 교양과 지식을 평가할만한 수단이 없으니 대학 졸업장으로 그것은 판가름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국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중산층을 종합하자면, 4년제 졸업할만큼 교양과 지식이 있고,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집이나 적절한 자산이 어느 정도 있고 월 300 이상을 벌어올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과연 우린 얼마나 되어야 평범해지고,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평균이라는 말은, 평범하다는 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말은 상위 20프로 이내를 가리킨다.

p.s
2년 전쯤 썼던 글인데, 이제서야 공개한다.
그동안 중산층 평균 소득이 달라졌을 것이다.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전  (0) 2021.11.21
대화  (0) 2021.11.13
믿음  (0) 2021.11.10
줄어드는 인간관계과 삶의 지루함  (0) 2021.10.29
소심과 야만성  (0) 202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