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뭐가 그리 좋았던 것일까.
사회인이 된다고 삶이 크게 변화한 것도 아닌데.
카페를 가든, 영화를 보든, 컴퓨터를 하든, 남는 시간은 늘 보내던대로 보낸다. 특별하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냥 가던 곳들이 좀 더 좋아졌다거나 씀씀이가 조금 커진 것 외엔. 내일 일해야 하기에 좀 더 일찍 잠자리에 든다거나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 시간을 보내는 건 똑같은데 대학생 시절은 왜 그리 즐거웠던 것일까.
아마 대학생 시절이 즐거웠던 까닭은 언제든지 연락해서 볼 수 있었던 지인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똑같은 활동이라도 한명보단 둘이, 둘보단 셋, 넷이 더 즐거운 법이니까.
취업하면서 한 번.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한 번.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면서 한 번.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지낼 때마다 인간관계의 폭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알아가는 사람은 늘어나고, 명함이나 연락처도 늘어나지만, 연락할만한 지인들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은 고착화 되고, 지루함이 인생을 뒤덮는다. 일하는 시간은 늘 고정적이고, 가정은 그대로며, 없는 시간과 없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육아가 삶에서 변화의 즐거움을 가져다 줄 뿐이다.
그렇게 한때를 보내고 나면 이젠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일을 하지 않으면 대체 무엇으로 하루 낮 시간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일은 충분히 지겹고, 우릴 괴롭히지만, 막상 일이 없으면 우리의 시간은 한없이 늘어지고 지루해진다.
가정을 꾸리는 것은 삶의 고착화와, 좁아진 인간관계를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그렇다고 가정을 꾸리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고착화되지 않는다거나 인간관계가 좁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숙명이 아닐까 싶다.
p.s
그래서 의사들이 나이먹을수록 사람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만나라고 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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