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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하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의미.

어둠속검은고양이 2016. 11. 13. 18:29

요즘에는 조금 시들어진 느낌이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많이 보인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여전히 높고, 그래서인지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해 다양한 부분과 관점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여성분들에게 물으면 천차만별의 답변이 나올 것이다. 할 말도 엄~~~~~청나게 많다.

여성으로서 혜택을 받으면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 질문이 이해 못할 질문일 수도 있고, 여성이기에 갖가지 고난을 겪으며 살아온 이들에게는 할 말이 참으로 만든 질문일 것이다. 필자 주변의 여성들만 봐도 자라온 환경이 참으로 다르니까.


단순하게 다 같은 자식인데, 조금 미운 '자식'으로서 차별받고 자라온 여성들도 있고, '여자' 자식이라서 차별받고 자라온 여성들도 있다. 대체적으로 '여성' 자식이라서 차별받고 자라온 집안들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설마 이런 일이 21세기에 있어?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분명히 들었다. 먹는 음식에서부터, 먹는 순서, 그리고 용돈, 학비 등등 모든 지원에 있어서 차별을 받는다. 얼마나 서럽겠는가.


필자의 한 동창생은 '여자가 홀몸으로 서울을 가냐고' 하는 조부모님의 반발에 근처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갔다. 100번 양보해서, 연세가 있으신 조부모님이라면 가부장제를 몸소 체득하고 자라온 세대라는 것을 생각해 줄 순 있다. 한 지인은 부모님에게 '임신한 아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낙태할 생각까지 했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풀면 한도 끝도 없다. 단순하게 따져도 대한민국 인구 중 절반은 여성이니까. 그래서 그 '단지'라는 웹툰이 그렇게도 여성들에게 공감받고, 사랑받는지 모르겠다. 시즌1을 보면서 내 지인 이야기와 유사해서 놀랐다.



이야기가 너무 넓어지니까, 애초에 이야기를 꺼냈던 것으로 좀 더 질문을 압축해본다.


대한민국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이야기를 하려면 당연히 육아-가사-직장, 그리고 경제 이 4가지가 줄줄이 엮인다.


필자는 '인심은 광에서 난다.'라는 말을 신뢰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여유로워져야, 사람들이 너그러워진다고 믿는다. 좀 더 배려하게 되고, 공동체적 유대감이 가진다. 요즘은 먹고 살기가 참으로 힘들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 결과, 늘어나는 일자리 개수는 정해져 있는데, 시장에 진입하는 인구는 거의 2배가 되었다. (전통적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남자 = 일 / 여자 = 가사의 이분법적 구도로 일자리에 대한 경쟁이 덜 치열했다.) 거기다 인구 증가,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중장년층의 새로운 유입은 일자리에 대한 경쟁을 수십배로 증가시켰다. 취업자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치열해진 경쟁에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는 없다. 당장 내가 굶어 죽겠는데?


애초에 지금 세대들은 가부장적인 모습이 남아있는 부모님 세대를 보고 자랐다. 여성을 대한 방식, 사고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어머니가 가사를 전담하시고, 아버지가 회사로 일하러 가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지고 어머니에게 당당하게 구는 아버지 모습을 통해 체득된 것들은 실생활에서 드러난다. 그것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예컨대, '남자의 능력 = 돈 버는 능력' 이라는 믿음 아래, '남자의 자존심'상 데이트를 하면 남자가 돈을 내야 하고, 결혼할 때 집, 차 같은 것도 마련해야 하고, '능력이 되니까' 여자에게는 그에 상응할만한 것 - 외모, 즉 미인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맞벌이 아니면 답이 없다.ㅋ

먹고 살기가 참으로 힘들다. '남자=돈버는 능력'인걸 보면,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것 같은데,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런 남자입장에서는 왠지 여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는 것 같다. '쟤들만 없었으면 일자리가 좀 더 여유있었을텐데.... 집에서 가사나 하지, 뭐하러 나올까?' 와 같은 그런 생각이 스며드는 것이다. 여자를 공격하고, 혐오하기 시작한다.


현실에 적응하기 시작한 남성들은 바뀌었다. (이마저도 아직 가부장적인 사고가 있다.)

더치페이. 너도 나도 학생. 혹은 너도 나도 공평한 직장인.

결혼비용은 똑같이. 너도 나도 돈 없어.

아까운 돈을 왜 남에게 줘? 걍 나한테만 투자하고 살래. - 비혼족, 무자녀 계획 등등


하지만 아직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못 따라가고 있다.

여기서 '현실에 적응한' 남성들 중 일부는 괴리감을 느낀다. 현실은 너도 나도 돈 없고 똑같이 소시민인데, 왠지 '남자의 자존심'상, 집은 남자가 장만해야 할 것 같고, 근데 나도 힘들고 돈 없는데 왠지 손해보는 것 같고, 이걸 말로 하자니 쪼잔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고, 억울하고....'남자의 능력은 자존심'이라는 사고방식을 여전히 지닌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요구로 육아-가사는 여성의 몫이 따라온다. 나는 남자로서 역할을 다했는데, 왜 여자인 너는 여자로서의 몫을 다하지 않니? 근데, 가사-육아를 맡기자니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럼 또 손해보는 느낌도 나고 억울하다.


여성분들도 괴리감을 느낀다.

어머니처럼 가사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직장생활, 사회활동을 하고 싶은데, 사회적 분위기는 결혼하면 out 분위기고, 나도 남자들과 똑같이 돈 버는 입장인데, 어째서 여자는 나이먹으면 결혼-육아-가사로 기울어지고, 남자는 사회생활인지.

남녀 똑같은데, 육가-가사는 왠지 '엄마'인 내가 해야 할 것 같고, 똑같이 나누자고 하면 왠지 매몰찬거 같은 느낌도 들고, 정없다는 소리 들을 것 같고, 억울하고.....또, 요즘 남녀할 것 없이 돈 벌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서도, 한편으로는 '남자의 가치 = 돈버는 능력'이 은연중에 체득되어서, 나에게 돈 쓰는 것으로 사랑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고......(심적인 서운함 같은 거랄까) 자꾸 남의 남친들과 비교하게 되고....사회에서는 공동육아라는데, 실질적으로는 여자들이 아직까진 육아를 '주'로 하고, 남자가 보조하는 것 같은데, 그럼 남자가 좀 더 다른 부분에 있어서 부담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손해보는 것 같고 억울하다.


여기서 잡음과 마찰이 많이 일어난다.

서로 대립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가치관의 괴리감 속에 지금 세대의 남/녀들은 경제적 현실상황에 맞춰서 자신에 이익되는 부분을 수용하면서, 가부장적인 관습으로서 서로에게  좀 더 희생을 요구한다. 진정으로 이 현실에 적응한 사람들은 정말 칼같다. (왠지 정 없어 보이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이고, 서로가 잘 맞기만 하면 됐다.) 차라리 이러면 속이라도 편하다.


이 가부장적 분위기에는 회사가 일조하고 있다.


회사는 좀처럼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기본 사고방식은 '노동자 = 이익 or 비용'이다. 순수하게 인간을 수치화해서 판단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닌가?  이 사고방식은 '경영학'과 '경제학'이라는 자본주의의 신화와도 같은 두 학문에 의해 견고하게 지탱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사고방식 아래, 효율적으로 많은 엘리트를 확보하기 위한 회사의 정책은 바로 '대학 졸업자 = 취직'이었다. 그 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 개개인의 특성을 본다고 하지만, 어떻게 짧은 면접, 시험 성적으로 개개인의 특성을 알 수 있겠는가. 그냥 스펙=점수화 시켜서 나열하고, 남은 사람가지고 면점 좀 하고 뽑는게 편하다. 그 스펙이 좀 더 까다롭게 변하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같다. 외향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을 점수화시켜서 일률적으로 뽑는다는 점에서. 게다가 지금은 너도 나도 대학생, 우수한 사람은 차고 넘친다. 그런 상황에서 구태여 '비용을 더 발생시키는 여성'을 뽑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생리휴가, 출산휴가, 그리고 상대적인 육체적 약함(?)으로 부려먹기 불편한 점 등등... 여성들, 억울하다. 내가 원해서 하는 생리도 아닌데, 할 때마다 힘들어 뒈지겠는데, 그걸 가지고 차별하다니.... 회사입장에서는 '우리가 너네 힘들걸 왜 고려해줘야해?' 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취직하려면, 직장생활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비용을 넘어서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월등한 성적으로 이익을 뽑아내거나 or 저 정책적 비용이 안 들게끔 하거나. 결국 회사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여성들은 대부분, 거진 100%가 '마초화'되어 있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면 남자보다 더 남자다워야 하지 않겠는가??


일반 여성들은 따라가질 못하는 것이다. 못 따라가는 것이 사실 정상이다.

아직까지 사회적 분위기상 여자들이 육아-가사에서 '주'가 된다. 육아-가사도 하면서 회사일도 하는 것이 분명 정상은 아니다. 가능한 이들은 정말 체력이 가히 신급이라서 가능하다. 회사에서도 종용한다. 슬슬 퇴사할 때 되지 않았어? 하고. 회사입장에서는 '니 자식새끼 키우는데 힘든 것으로 인한 손해를 왜 우리 회사가 짊어져야 하냐?'다. 이러한 눈총 아래서, 여자들도 자연스레 '결혼하면 그만둘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회사는 회사대로 '봐. 니들 마인드가 그따구니까, 우리가 여성들을 안 쓰려는거야.' 핑계를 댄다.


근대적 사고방식,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 하나만 절대적인 신화가 되었다. 사회적 책임은 엿 바꿔 먹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도 있다. 비용이 들지 않거나, 들이는 비용에 비해서 이미지 제고로 인한 이익 상승이 더 크거나 할 때. 좀 더 길게, 노동자들의 생활수준 향상이 회사에게 이익으로 되돌아오리라는 걸, 장기적인 이익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노동자= 이익 or 비용'이니까, '최대한 뽑아먹자. 척수까지 뽑아먹고 버려야지.' 쓰다 버릴 부품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애사심이 나온다? 오, 그건 정말 훌륭한 사람(라고 쓰고 자발적 노예라고 읽는다.)이지.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 하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것이다.


'회사가 '여성'이라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채용할 정도로 능력 좋은 것은 기본 스탯이고, // 회사를 위해 너의 결혼까지도 다 내려놓는 자발적 노예가 되거나 or 결혼하더라도 모든 것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간능력과 체력을 갖추는 신이 되거라.'



첨언

가부장적 과도기, 사회적 분위기는 점차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이고, 사고방식도 서서히 변해갈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회사의 근대적 사고방식은 과연 변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회사는 정부가 나서서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변화할 의지가 없다. 이 사고방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성들은 억울한 고통을 계속 받을 것이고, 남성들 역시도 여성들에게 시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