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의 폭력성이라는 글을 며칠 전에 쓴 적이 있다.
투명사회라는 책을 읽고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을 썼던 글이었다.
요약하자면,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건강하고 좋은 사회가 같으나 그렇지 않다. 정치적 활동에 있어서 긴 호흡이 요구되는 일이 있을 경우에 '투명함'은 오히려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그 반응에 맞춰 행동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랄까. 각자 보는 혜안,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건에 관련된 정보들이 모두 공개되는 그 순간순간마다 갖가지 잡음이 나온다. 이 잡음이 민주주의 사회, 그 자체의 긍정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으나, 사건 해결에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표적 사례는 아니지만 유사한 사례가 보여 이렇게 글을 써본다.
웹툰이 어떨까 싶다.
웹툰의 장점은 독자와 작가의 소통이다. 1주일마다 웹툰이 올라오고, 독자들은 그것을 보고서 나름대로 비판을 한다. 그 비판들은 작품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 경우도 상당하다. 작가가 어떤 사건을 연출하고자 할 때, 일부러 '답답한 상황'을 길게 늘이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의도적으로 상황을 꼬아놓기도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답답함과 긴장, 갈등을 고조시키면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웹툰을 보는 독자들은 늘 시원함만을 원한다.
'알았으니까. 이제 사이도 좀 먹여줘요.' '너무 질질 끌어요.' '재미없어요.' 등등
비록 웹툰이 일주일 단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쉽고, 작품 전개가 그 때 그 때 결정하는 듯 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다. 이미 작가들은 결말까지 시놉시스를 어느 정도 짜 놓고 진행하면서 조금씩 수정하고, 스토리를 추가하거나 빼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날 하루 진행 상황을 바탕으로 작품은 판단하고, 빠른 피드백, 시원한 결말을 요구한다. 그런 경우가 많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즉각즉각 퇴짜, 비판, 비난이 쏟아진다.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으니 트집을 잡는 독자도 분명히 존재한다.
웹툰이 어찌보면 작가와 독자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라는 이름 아래 너무 가혹한 요구를 종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길 원한다. 웹툰이라는 작품이 비록 독자를 위한 작품이지만, 작가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 말하고 싶은 스토리가 있기에 그것을 창작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주일 단위로 실시간 피드백 받으며 진행되는 형식이다 보니, 긴 호흡을 지닌, 작각만의 뚝심으로 작품을 써내려가기에는 부담이 되는 형편이다.
출판 형식의 책은 작가가 온전히 1권을 내놓기 때문에 긴 호흡도 충분히 가능하다.
요즘 그래서 요즘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병맛 개그라던가 전재가 빠른 작품이라던가, 쉽게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유행하는 듯하다. 작품은 결국 독자들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품이 특정 부분에 치우쳐지거나 요구에 맞추지 못하는 작품들이 도태되는 상황, 그리고 현 작품 트렌드를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시간 피드백이 웹툰의 장점인데, 그 장점이 다시 단점으로 돌아와 작품을 갉아먹는다. 과연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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