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면서 대가 없이 사랑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게 된다.
우리는 어릴 때 대가 없이 사랑을 주고 대가 없이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 대가 없는 사랑이 힘들다는 걸 느낀다.
우린 어째서 대가 없이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리게 되는걸까. 먹고 살기 위해서?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돈이 좋다는 현실을 알게 돼서? 내 체면이 떨어질까봐? 혹은 대가 없이 사랑을 준다면 내 사랑의 가치가 떨어질까봐? 남보다 못해질까봐서?
정말 좋게 포장하면 공급과 수요라는 경제관념이 사람들 사이에 확고하게 잡힌거고, 나쁘게 말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거래개념이 잡힌거고. 뭐, 감정에 거래개념이 잡힌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 다양한 감정 서비스업이 생겨나는 요즘 현실이니까. 다만 너무 정 없어 보일 뿐. 우리가 구분이 명확한 거래 대신 뭔가 두루뭉실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들을 인간미 넘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왜 일까 궁금증 하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린 나이 들어가면서 갖가지 이유로 대가 없이 사랑하는 법을 잊어 버린다. 그래서 사랑받고자 하는 어떤 이들을 사랑을 포기해버리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능력을 키우거나 외모를 한껏 꾸미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돈으로 거짓된 사랑을 사기도 한다. 그것이 설령 돈에서 나오는 거짓된 미소일지라도 나만 모르는 척 눈감으면 되니까.
세상에서 날 사랑해줄 이 하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 스스로를 속이거나 남탓으로 돌리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허우적 댄다. 혹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래하는 매개처로 타협하거나.
사랑마저도 교환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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