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했던가.
내 안에 깊게도 박혀 있던 당신이 어느새부턴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바다 속에서 나도 모르게 파도에 밀려 나듯이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당신은 저 너머로 밀려나 있었다.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다. 때때로 그리움에 잠겼던 날도, 당신을 떠올리던 날도, 추억을 되짚어 보며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날 역시도. 그 때의 감정만큼이나 저 멀리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누군가 지금 나에게 누구의 소식이 가장 궁금하냐고 묻는다면 이제 난 너를 떠올린다. 어느 순간부터 너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건 어쩌다 한번씩 문득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자연스레 감정이 떠오르듯 떠오르는 것이다. 이제 난 너를 떠올리면서 때때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미련이 아예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전처럼 그리움에 잠기거나 추억을 되짚어 본다거나,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후회를 펼쳐내진 않는다.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잘 알았으니까. 단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것이라 말하던 너의 모습 하나만 기억한다.
난 결정적 순간에 머뭇거렸고 널 놓치고 나서야 네가 나에게 커다란 존재였단 걸 깨달았다. 난 여전히 소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랑 앞에서 머뭇거릴 틈이 없단 걸 너를 통해 기억하고 또 기억한다.
너도 언젠간 잊혀진 당신처럼 잊혀진 사람이 될거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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