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했던 것도 잠시, 얄궃게도 비가 내렸어.
날씨는 좀 더 추워졌고.
분명 벚꽃과 비는 서로에게 상극인데, 또 그만큼 어우러지는 모습도 없는 것 같아.
은은하게 비맞는 벚꽃은 왠지 청순함이 더해지는 느낌이거든.
상쾌해진 공기가 벚꽃의 모습을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
비가 그친 뒤, 벚꽃은 바람에 날려가버리고, 그 자리엔 초록 잎사귀가 다가오는 여름 소식을 알리겠지.
그래, 네 모습을 떠올리면 빗속의 벚나무가 생각나.
만개하여 화려함을 뽐내는 벚꽃과는 달리 빗속의 벗나무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어.
떨어지는 비를 묵묵히 맞고 있었기에, 더욱 고고한 자태를 자아냈어.
그러고선 봄이 언제 왔었냐는듯 초록잎사귀를 무성하게도 펼쳐냈지.
벚꽃과, 당신과, 한여름.
그 해, 우린 분명히 봄과 여름의 경계선에 서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나에게 넌 초여름으로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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