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끝장을 봐야 할 것들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2. 16. 18:27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끝장을 봐야 할 것들이 있다.
끝장이라 말을 하면 뭔가 어감이 좀 부정적이고 쎄 보이나. 여하튼 끝을 봐야 한다는 소리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끝이 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가령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성인이 되는 것. 이런 것들은 그저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행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세운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요구한다. 그 목표들은 일평생을 거쳐서 이루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특정 시기에만 이룰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초등학생 스키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목표를 성인이 이룰 수는 없지 않은가. 그나마 이런 것들은 특정 시기의 제약이 존재하기에 '우승하지 못함'으로 끝을 냈다고 볼 수 있다. 꿈이나 목표라는 것이 꼭 이루어야만 끝이 난 것은 아니니까. 아쉽지만, 이루지 못함 - fail로 끝을 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도 그것은 끝이 났기에 무덤덤하든, 슬프든, 기쁘든, 속 시원하든 뭐가 어떻든 간에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마무리가 되고 나면 우린 다음 장을 새로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끝장이라는 것을 보지 못한다면 우린 기약없이 그것에 매여 있게 된다. '끝'이라는 그 선(line)을 기한으로 둘 지, 달성도로 둘 지, 노력의 정도로 둘 지, 무엇으로 둘 것인가는 본인의 몫이지만, 내가 그어놓은 끝이라는 선에 나의 노력들이, 나의 행동들이 정해놓은 선에 닿지 못한다면 우린 납득하지 못한 채 맴돌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노력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했다면 달성도로는 끝에 도달하지 못했을지라도 노력의 정도-내가 할 수 있는 정도로는 끝에 도달했을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났을 것이다.

특히 인간관계가 그렇다. 관계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고 우리는 남은 인생을 최종적으로 남은 사람들에게 충실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관계는 끝장을 봐야만 한다. 결정짓는 순간부터 쭉 함께 가야 하니까.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나는 끝장을 보는게 두려웠었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면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 나는 끝을 보는 것을 두려워했다. 나는 그래서 늘 마지막에 꼭 한 발을 뺐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상처 받기 싫으니까, 상대방에게 결정을 떠넘기는 것이었으니. 미처 몰랐을 수도 있고, 알았는데 애써 모르는 척한 것도 있고.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 내 마음이 어땠는지가 중요하지. 만약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 글쎄다. 그야 나도 호감이 어느 정도 있었으니 아쉬워하는 것이겠지. 그런데 난 이 호감을 상대방에게 끝까지 밀고 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끝을 보는 것을 거부했었다. 내 마음보다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눈치보며 살폈다. 관계의 결과는 서로의 마음이 결정하지만, 관계의 끝을 결정짓는 것은 둘 중 한 사람의 각오다. 그것은 시기가 끝내는 것도 아니고, 달성의 결과가 끝내는 것도 아니고, 오직 순수한 자신의 노력만이 끝을 결정지을 수 있다.

사람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기약 없이 메이게 된다.
끝장을 보지 못한 대가로 나는 종종 그것에 메어있는 나 자신을 보곤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끝장을 봐야만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이 관계든 뭐든 간에 끝을 보고나서야 납득과 함께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