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데, 특히 연인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티키타가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인데, 일상에서 주거니 받거니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걸 의미로 사용한다.
친구들이나 지인들, 사회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평생을 같이 지낼 일이 없다. 가끔씩 만나다 보니 밀린 근황 이야기를 하나둘 하다보면 시간이야 금방 간다. 그러나 연인 - 부부 사이에는 꽤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므로, 이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다.
혼자 지내게 되는 시간이 많아져서일까. 아니면 사회가 바쁘게 흘러가는 탓일까.
이 티키타카가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릴 때는 학교라는 틀속에서 강제로 같이 지내다보니, 어떻게서든 접점을 찾아가게 된다. 처음부터 개그코드가 맞아서 티키타카가 잘 되는 친구들도 있고, 성격차이로 데면데면 했지만, 어쩌다보니 잘 맞게 되는 경우도 있고, 뭐 그렇다. 앞으로 몇 년간은 같이 보고 지내야할 사이니까, 어찌저찌 맞춰지게 된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면 그럴 일이 없어진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친해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공적인 업무 범위 내에서 쌓여진 친밀도지, 사적인 관계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연인관계로 발전하면 모를까. 친하더라도 나름의 선을 지키는 단계다. 동호회나 취미 모임을 갖는다고 해도 그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타인에게 가족과도 같은 친밀감이나 거리를 기대하는게 과한 것이지만서도. 어찌됐든 이것들은 하나의 목적의식으로 묶여진 상태라 적당하게 맞출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만나는 그런 전인격적인 관계에서는 이 티키타카가 맞지 않으면 어색함이 흐르게 된다. 대화가 뚝뚝 끊길 때의 그 미묘한 어색함과 침묵이란...생각만 해도 활력을 뺏기는 기분이다. 이 관계에서 어떻게서든 대화를 하려고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나면 그날 진을 다 빼게 된다. 그렇게 상대방과 만날 때마다 감정소모가 커지게 되면 한쪽이 쉽게 지치게 되고, 결국엔 만남을 피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티키타카가 맞는다는 것은 매우 적은 노력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일상에서의 화법, 대화 주제를 가볍게 툭 던졌을 뿐인데, 상대방에 큰 기쁨, 즐거움이 생긴다면 서로 서로 부담없이 가볍게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티키타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효율이 극악이라는 걸 의미한다. 서로 뭔가 전력질주하듯 경주 하는데, 상대의 반응은 별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나, 이 사람과 왜 만나고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관계의 재미를 위해 만났는데, 관계의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니 희의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처음부터 티키타카를 맞는 사람을 고르려고 하지, 티키타카를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평일 내내 감정소모하면서 개고생했으니 주말만이라도 좀 노오오력이 안 들어가는 관계를 갖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래서 다들 편한 상대, 익숙한 상대를 찾아다닌다. 새로운 상대방을 만나게 된다면 티키타카가 맞는 경우에만 선택한다.
이젠 방송도 개인에게 맞는 것만 찾아서 골라보는 시대인데, 사람이라고 다를까.
그냥 나랑 맞으면 선택하고 아니면 안녕이지. 특히나, 평생을 같이 할 연인관계라면 더더욱.
사회가 다양해지고, 인간의 욕구도 갈수록 세분화되는 이 때,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티키타카가 맞는 사람을 찾는 어려움도 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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