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레자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으지 확인할 길도 없다.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재룡 역) 17 p 中 , (주) 민음사
인생은 밑그림 같다는 것.
그러나 한번의 스케치, 그 자체로 완성이 되어 버린다는 점이 참으로 두렵고도, 서글픈 일이다. 그래서 요즘 인생 2회차라는 말이 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생 2회차면 좀 더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 수 있으려나?
지나버린 과거는 이제 어느 누구도 손 댈수가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덧칠하는 행위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결코 알 수가 없다.
인생은 단 한번뿐이라, 비교불가하며, 어떠한 것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우연이고, 어떤 것이 필연인가. 인생에는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지고 있으며, 그 우연 중에서 어떠한 것들이 나에게 의미로 다가오는가. 어떠한 우연이 인생이라는 악보에 각인될 테마로 변형될 우연인가. 우연으로 점철된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녕 없는 것일까.
요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리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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