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by 찰리 채플린)
흔히 쓰이는 문구로, 이것만큼 삶을 잘 표현한 문구는 없는 것 같다.
여행.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우리가 관객이 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겪는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삶은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스쳐 지나칠 그 곳은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며, 타인과 경쟁해야 하는 전투의 장이며,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하는 가혹한 곳이다. 우린 그곳을 관객으로서 즐거움만을 선택해, 추억으로 포장하여 가져간다. 그래서 여행이 준다는 '새로운' 경험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난다' 것에 주된 의의가 있지, '낯선 곳에서의 신선한 경험'은 안전한 즐거움만을 우리에게 선사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해외에서 1년씩 살아보고 싶다'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이 시간마저도 그 나라를 이해하기엔 무척이나 짧겠지만, 그 나라만의 고유한 사계절을 겪어낸다면, 그들의 삶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삶을 멀리서 바라볼 땐, 우린 관객이 되어 버린다.
그런 삶을 우린 드라마나 희극처럼 즐기며 소비한다. 저 삶이 내 삶이고, 내 삶이 저 삶인데 말이다. 그러나 삶이 우리와 가까워지면, 그것은 더 이상 즐거운 드라마도, 희극도 아니게 된다. 우린 관객이 아니라,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서게 되며, 배우로서의 끝없는 역할을 감내해야만 한다. 관객이 아닌,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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