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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자본주의에 들어선 대한민국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3. 1. 20:57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은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다는 개방성에 있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이 있긴 하지만, 이론적으론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를 받아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마케팅, 아이템, 자본.
이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만 성공적인 아이템 출시가 가능해지지만, 일단 이론적으로는 아이템이 훌륭하면 투자 계획서를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그 자금으로 마케팅 및 생산까지 한 후에 유통을 통해서 판매하면 된다. 그 안에 가격 경쟁력이라든지, 생산 가능 수단 확보라든지, 광고라든지, 투자자들 설득 및 모집이라든지, 유통라인을 확보한다든지, 상대 기업의 견제라든지 무수히 많은 단계들이 있고 그 한 곱이곱이 넘기는 것이 힘들지만 말이다. 결국엔 앞서 말한 3가지(아이템, 자본, 마케팅)를 얻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 경제활동의 전부다.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며, 그 효과로 경제적 발전과 함께 사회의 효용이 증대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 자본주의는 규모의 경제로 인한 가격경쟁력, 선점효과 등으로 인해 후발주자들이 선발주자들과 갈수록 경쟁하기 어려워진다는데 있다.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을 때, 대기업은 자신들이 가진 유통망 잠가버리거나 대대적 가격 할인 정책으로 견제한다.

그래서 독과점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그 시장 경제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기업들이 경쟁을 그만두고 담합을 통해서 시장가격을 조정하여 소비자들을 등쳐먹기 시작하고, 사회적 효용은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다. 개방성으로 인한 장점들이, 독과점으로 인한 폐쇄성으로 전부 사라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소수의 유통기업들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내수시장 자체가 작다 보니 선점효과로 인한 독과점이 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 경쟁을 하되,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남겨두고 경쟁을 한다. 적당히 싸우다가도 때가 되면 눈치껏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가격을 인상하고, 그에 맞춰 줄줄이 따라 올린다. 이제 이들은 구태여 경쟁하려 들지 않는다. 이미 훌륭한 양식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진출을 할 땐 온갖 옵션과 온갖 서비스를 통해서 해외시장을 먹으려고 들지만, 국내에선 옵션도 빼버리고, 서비스도 빼버리고, 양도 줄이면서 온갖 핑계를 댄다.

한국은 이미 자본주의의 후기에 들어서고 있다.
재벌들의 2세, 3세, 4세대까지 부분부분 물려받아서 적당히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연구나 개발도 등한시하면서 단기 이익에만 집착한다. 해외 시장을 먹기 위한 연구나 개발, 마케팅 공략은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 한해서는 더 이상 경쟁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저마다의 영역별 파이를 나눠먹고만 있다. 빈부격차는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이것은 자본주의 국가라면 숙명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하지만, 법과 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시기를 늦추거나 방향을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태생부터 정경유착과 부패로 얼룩진 대한민국은 개선할 의지도, 생각도 없다. 독과점으로 고여버린 기업들끼리 해처 먹는 상황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은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노동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워졌고, 이미 자리를 선점한 이들은 독과점으로 그들의 지위를 향유하기에만 급급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