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한국사람들에게는 2가지 생각이 확고하게 신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1. 노력은 보답을 받는다.
2. 착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자본주의(?)를 끼얹게 되니까,
1. 노력은 돈(보답)을 가져다준다. 가져다줘야'만' 한다.
2. 착한 자는 돈(복)을 받고, 악한 자는 경제적 손해(벌)를 받아야 한다. 받아야'만' 한다.
로 귀결된다.
이러한 확고한 믿음은 당위법칙으로 변해서 그래야만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공부(노력들)가 전문직, 대기업 사원(넉넉한 돈벌이)으로 이어져야만 하고, 학창 시절에 놀던 아이들은 밑바닥(경제적 어려움)에 깔려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성이 별로인 사람은 절대로 성공해서는 안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성이 별로이거나 정당한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통해 유튜브로 돈 버는 것이 매우 눈꼴시러운 것이다. 뭐가 됐든 싫은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뵈기 싫은 건 사실이긴 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들의 흠결을 잡으려고 눈이 시뻘게져서 칼날을 갈고 있다. 조그마한 흠결이 보이면 칼로 사정없이 내려쳐서 끌어내려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학창 시절부터 절대적 신화라 믿었던 것들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는 학창 시절 그렇게 노력해서 평범한 회사원이 됐는데, 공부도 안 해서 저기 지잡대를 간 애가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사실,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노력이 보답받는 사실이 깨져나가는 순간, 자신이 해 온 노력들이 뭐였는지 허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인성도 없고, 노력도 없다. 거기엔 이윤추구라는 것, 단 하나만 존재할 뿐이다.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아시아의 5대용이라고 해서 유교자본주의를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자본주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우리는 배우지 못한 채, 이데올로기의 싸움에 묻혀서 자본주의는 막연하게 좋은 것으로 포장되어 왔다.
물론 지난 역사가 말해주듯이 자본주의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유주의 사상으로 활발한 상품 거래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에는 오로지 이윤추구라는 인간의 본성에 거스르지 않는, 단 하나의 목적을 지닌 시장경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과거 역사가 말해주듯이 자본주의의 무절제한 탐욕은 늘 큰 고통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적절하게 통제할 제도와 법이 존재하고 있다. 결국 완벽한 자본주의는 없으며 현대 국가 대부분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혼합된 형태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 대치되어 있는 쇼윈도우 국가로서 오로지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방식으로만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자본주의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탐욕과 냉혹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니 사회에 나가서도 막연하게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라고만 여기는 것이다. 사실상 하층민에게 자본주의는 독약이다. 더 큰 자본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것이 자본주의다. 노동보다 자본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한국인 노동자들은 마치 본인이 사장님인 것처럼 사고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사회주의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발광을 한다. 자본주의면 어떻고, 사회주의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이지. 관념에 맞춰서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위해서 관념을 섞기도 하고, 분리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현실에 맞춰서 사고해야지. 하여튼 간에 우리는 유고적 사고방식을 지닌 채,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방식으로 배워왔기에 자본주의 부정적인 면모, 이면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이윤추구 앞에서 깨져나가는 유교적 신화들과 경쟁의식에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노력하면 보답 받는다며? 착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며? 근데 저 새끼는 뭐야. 인성 논란 있는 애들이 유튜브로 돈을 버네? 공부도 안 하고 대학교도 제대로 못 간 애들이 돈을 버네? 빌빌 거리던 놈이 코인으로 갑자기 수 억을 벌었네? 나보다 몇 년을 앞섰네? 경쟁에서 밀려난 순간부터 나의 노력들은 전부 무가치해져 버리는 것이다. 대기업 들어가서 열심히 돈 모으고 있었는데, 누구는 집 사서 1,2년 만에 수억을 벌었다는 사실들이 나의 지난 노력들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권력은 곧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교적 신화들에 입각한 나의 노력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들(사회적 직업 = 돈 = 권력)이 이제 나락으로 떨어졌다.
노력하지 않은 자들이 '정당하지 않은' 보상들(인기,명예,돈)을 가져가고 있다.
자본주의에는 이윤추구 말고 아무것도 없다.
그냥 돈 벌 기회를 포착하고, 그 기회에 돈을 잘 벌어들이는 능력만 있으면 끝이다.
논란이 있어도 이슈화 되면, 광고가 달리는 것이고, 광고가 달리면 돈이 되는 것이다.
누가 뼈 빠지게 고생해서 돈 벌든 말든, 투기든, 투자든 때를 맞춰서 잘 팔면 그것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인문학적 머리가 멍청하든, 지식이 모자라든, 상품화를 잘하고 그것이 대중에 먹히면 돈을 버는 것이다.
우린 이런 자본주의의 이면들을 잘 알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거나 이러한 부작용들을 막을 방안을 생각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것들을 막아낼 방안을 제시하면 빨갱이라는 욕이나 먹게 된다. 코스의 정리나 탄소배출권처럼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자본주의적 방법으로 고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본주주의의 부작용을 막는 것은 사회주의적 요소가 많이 가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절망하지만, 막상 그러한 현실들을 막아낼 정치적 개입에는 돌을 던진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정치적 요구가 아니라, 인터넷 사적 제재다. 조그마한 흠결이 발견되면 인정사정없이 물어뜯어버리는 것이다. 우린 정의니까 욕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니 떳떳하고, 니들은 잘못했으니까 욕을 처먹어도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어메이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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