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집착, 그만두기, 혼재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12. 23. 13:29

집착, 그만두기, 그리고 혼재.

이 글을 세 가지 키워드로 나타낸다면 이정도가 아닐까 싶다.

시인 윤동주는 일제 치하에 놓인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쉽게 쓰여진 시>라는 시를 통해 나타냈다고 한다. 그가 느끼는 감정들은 좀 더 대승적인 차원이었겠지만, 암울한 현실을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나 역시 그와 같지 않을까하고 감히 생각해본다. 자기 인생을 살아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자신에게 있어 암울한 현실이자, 쉬이 부끄러운 일이다. 이 티스토리에 매번 글을 썼던 것처럼 자기 인생을 살아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매우 부끄럽다.

.......그렇기에 더욱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분명히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꿈을 찾아가는 행위는 생산적이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그것은 인생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fall forward!' 덴젤 워싱턴이 말했듯이 그것은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지게 만든다. 내가 버킷리스트의 일부인 무언가를 줄곧 불잡고 있었던 것은 삶의 회환 속에서 '그것이 내가 어릴 적부터 줄곧 꿈꿔왔던 것'이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낭비해버린 시간들과 앞으로 더 빨리 지나갈 시간들 속에서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이 있을지언정 끝이 없었고, 그것은 결국 나를 자리잡지 못하고 좀 더 해매게 만들었다. 그건 분명히 도망이었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다.
나의 수 많은 글들은 원하는 목표와 해야만 하는 우선순위 사이에서 수단과 방법 역시 갖춰지지 못한 고뇌의 연속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매번 글들은 다짐하는 것, 생각을 비우자는 것, 목표 설정도 다시 하는 것,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었다. 이 글 역시도 또 다시 그런 종류의 글이 될 터이지만, 여튼 그만두기로 했다. 생각보다 내 버킷리스트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내가 마음먹으면 그만둘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생각보다 그만두는 것은 쉬웠다. 말 그대로 그냥 안하면 됐고, 그만두면 됐다. 생각도 멈추기로 했다. 언젠가는 이것들을 다시 찾을지 모르고, 그 때가서 부지런히 시간을 따라잡느라 들어가는 수 많은 노력과 비용 때문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마저도 내려놓을테다.

그래서 이 글의 키워드가 집착, 그만두기, 혼재였다.

집착과 그만두기가 혼재 되어 있는 것이 현재 내 삶 그 자체였기에.
이제 세 가지 키워드를 하나로 묶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내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아닐가 한다. 내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기에 어떠한 의미라도 가진 것에 집착했고, 그렇게 다시 집착으로 뒤엉킨 내 삶을 다시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 미련을 끊어내려 했다. 양가적인 두 선택이 혼재되어 있는 내 삶은 결국 '제대로 의미를 찾아 살아내고 싶다' 마음이 아니었을까.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부여하는 것이라지만, 그건 명확한 현실적 기반 위에서 자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