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글은 무거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이 좀 무겁고, 답변하기 어렵다면, '당신은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가?"로 바꾸어 질문하고 싶다. 이에 대한 답변은 모두 사람마다 다르게 나올 것이다.
"치킨을 먹을 때요.", "제 애완 동물이 애교부릴 때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요.", "제가 한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 줄 때요.", "일 끝나고 돌아와 맥주 한 잔 할 때요.", "돈 모아서 여행을 다녀올 때요.", "게임에서 이겼을 때요.", "꽁돈 생겼을 때요.", "재밌는 영상 볼 때요.", "야식으로 라면 끓여먹을 때요", "성적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요.".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요.", "자습시간에 친구들과 몰래 매점 갔을 때요.",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요.", "내 능력에 대해 인정받았을 때요." 등등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그만큼 매우 매우 다양하고, 매우 빈번하다.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것에서부터 현실적이며, 사소하거나, 구체적인 것까지, 그것은 현실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말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생각보다 단순한 것에, 사소한 것에도 있는 것이 행복이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서도. 허나 한 가지 공통점인 것은 모두가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행복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돌아가서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해본다.
우린 좀 더 행복이란 것에 대해 고찰해봐야 한다.
분명 앞서 말했던 답변들에서 거짓은 없었을 것이다. 다들 그런 때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건 분명하니까. 그러나 저 답변들의 행복이 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 손에 쉽게 잡히는 행복과 고난의 길 끝에 놓여 있는 행복이 있다.
손에 쉽게 잡히는 행복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어떠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손만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저 고난의 길 끝에 놓인 행복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내가 이 고난들을 다 이겨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고난을 이겨내고 난 후에 얻는 행복이 커다란 행복인지, 작은 행복인지 불확실하다. 고생 끝에 행복을 가졌으나, 고비를 넘겨온 후유증이 계속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행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훗날 미래 기술이 발달하며 컴퓨터를 통해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줘서 365일 내내 행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오감은 통제되고, 마치 매트릭스처럼 가상현실 속에서 365일 내내 행복함만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있을지도 모를 행복을 찾아 현실을 떠도는 걸 택할까, 아니면 컴퓨터 속의 행복을 택할까.
신기하게도, 처음 질문에 대한 답변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다르게 나올 것이다.
왠지 첫 번째 질문은 안정과 모험 - 도박 같은 느낌으로 안정을 선택했지만, 두 번째 질문에서는 현실을 떠돌거라고 상반된 답변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본질적으로 첫번째 지문과 두번째 질문은 같은 것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두번째 질문은 확실하면서도 강력한 행복을 보장해주는 경우다. (-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사람에게 있어서 행복이라는 것은 약간의 불편함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행복이란 무엇일까.
내게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소소하지만 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별다른 노력없이도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있어서, 당신에게 있어서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행복은 일상에 숨어 있다. 행복을 멀리서 찾으며 고생했는데, 지나고보니 행복은 가까이에 있었다.'와 같은 이야기들은 수 없이도 많다. 오래 전에, 그리고 얼마 전에도 했던 그 말들. 소소한 행복, 병 속에 갇힌 벼룩.
나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손에 잡히는 행복이 아니다.
손에 잡하지 않는 먼 곳의 행복이어야만 한다. 별다른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가까이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들을 난 모두 버려야만 한다. 모니터 너머로부터 나오는 행복들과 손으로 몇번 두드리면 얻을 수 있는 소유의 행복들은 행복이 아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로부터 도망친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는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나를 가두고 가둔 끝에서 나오는 사소한 행복들과 세상을 향한 시야를 넓어짐에 따라 더 꿈틀거리고 커져가는 욕망의 행복들.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재가 중요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중요하다고 한다.
무서워서.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위안받기 위해 하던 말뿐인 다짐들.
자신을 속이기 위해 말하던 소소한 행복들.
세상의 진정한 기쁨을 알기 위해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문을 열어야만 한다.
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나의 세계를 가지고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는 나를 가두고 제한하던 그 모든 것들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한번 행복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솜사탕 (0) | 2020.02.21 |
---|---|
외부 방역과 내부 방역, 출입국통제에 대한 정부의 선택은? (0) | 2020.02.20 |
연철(軟鐵) (0) | 2020.02.13 |
살다보니 느낀 것 몇 가지 - 꼰대를 위한 변명 (0) | 2020.02.09 |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0) | 2020.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