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살다보니 느낀 것 몇 가지 - 꼰대를 위한 변명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2. 9. 23:00

살다가 이제와서 느끼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1. 학생 때 공부해라.

2. 젊을 때 경험을 많이 해라.

3. 생각보다 인생은 짧다.

4.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그게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다는 소리다.

5.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인생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기 위해 사는 것이다.


대략 이정도?

어렸을 때는 1번과 2번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듣고 있는 말일 거라 생각한다. 나름 어른들이 조언이랍시고 학생들에게 저런 말을 많이 하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잔소리 밖에 되지 않는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느낀 한 가지만을 가지고 설교를 늘어놓는 것은 꼰대에 지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그 '꼰대'가 하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통용이 된다. 옛날 속담이나 격억도 아직까지 통용되는 마당에.

학생 때 익혀가는 온갖 지식들이 생각보다 쓸모 없다고 많이들 생각한다.
솔직히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문학작품들, 수1, 수2의 복잡한 공식과 문제풀이, 길고 복잡한 영어지문들, 세계지리나 한국 발전소 위치 등등 써먹을 일이 있기나 한가? 그나마 써먹을 만한 것은 영어나 제 2외국어, 법과 정치, 기술-가정, 지도 읽는 법과 같은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들 뿐이다. 물론 그마저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재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돈이 많으면 해결될 일이긴 하다. 단점을 커버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보단 장점을 살려서 돈을 버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그 공부를 하는 동안 부지런히 뇌를 굴린 것들이 생각보다 유용하게, 오래 간다. 학생 때 공부한 것에 대한 의의는 지식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외우고, 응용하면서 깊어지는 사고력이다. 그 때 이룩한 것들이 한창 사회활동할 20대-30대-40대에 생각보다 크게 영향을 미친다. 공부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살게 될지라도, 생각과 시야는 평생 자신의 삶과 함께 한다.

'생각과 시야는 평생 자신의 삶에 함께 한다'는 이 말은 결국 1번 뿐만 아니라 2번, 3번과도 연관되어 있다.

한국 나이 기준으로 대부분 대학교 입학생들은 20살이고, 대학 4년에, 군대 2년을 마치고 나면, 26살쯤에 졸업한다. 이건 정말 휴학 한 번 없이, 바로 취직했을 때 이야기고, 보통 재수하거나 삼수, 휴학을 한 두 번 하거나, 취직준비 하게 되면 28살, 29살 금방이다. 당연히 그 이후부턴 사회생활하게 될 것이고, 그 때부턴 시간이 없다. 연애든, 경험을 쌓든, 시간이 없다. 그러다 어찌저찌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어떠한 경험을 할 기회는 50대 이후로 미뤄야 한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취직하기 전까지 걸린 시간 만큼 아이도 그 시간이 보내야 자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교 4년, 휴학1~2년 - 총합 5~6년 동안에 취직 준비, 사회활동, 대학생활, 연애활동 등등. 모든 것을 다해놔야만 한다. 실로 그나마 시간이 많은 대학생 시절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실상 대학생활이 가장 바빠야 할 시기다. 모든 것을 다 갖춰놔야 하기에.

나이를 먹고 문득 인생점검을 해보니, 1번, 2번, 3번이 생각보다 많이 와닿았다.
흔히들 꼰대, 꼰대 거리지만, 생각보다 그 꼰대들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달까.

물론 이것은 흔히들 말하는 인생 퀘스트를 염두했을 때 이야기다.
취직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해야만 하고,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면 내 시간을 매우 많이 늘릴 수 있다. 결혼-출산-교육으로 이어지는 이 인생 퀘스트에 시간이든 노력이든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돈이 많으면 포기해야 할 개인적 시간이나 노력이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다. 그렇기에 경제력과 결혼율에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돈을 좇게 되는 이유다.
생존이든 번식이든, 자아실현이든, 그 뭐든간에 절대적인 개인 시간을 늘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나도 거의 포기 상태지만, 사실 포기하고 싶진 않다.
내가 그렇게 자라왔던 것처럼, 그저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서로 도우면서 오순도순살아가고 싶은 것이 꿈인 내 기준에서 보면 '내가' 실패하고 싶지 않다. 타인이야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테니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4번과 5번도 요즘 많이 와닿는다. 살다보니 사회적 성공이라는 것이 내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 노력과는 무관한 외부요인의 작용도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나마 내 노력이 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공부와 시험정도일까. 사회적 성공을 하기 위해선 그 있을지 없을지 모를 외부요인이라는 불확실성에 배팅해야 하는데, 그럴 배짱이 없는 나로썬 실패하지 않게 사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 안에서라도 능동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