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철(軟鐵).
연할 연(軟)에 쇠 철(鐵)을 써서 연철(軟鐵)이라고 부른다.
탄소가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아, 무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 연철(軟鐵)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직 나의 밑바닥을 본 적이 없다네.
내가 진정 나의 밑바닥을 보길 원했다면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꼭대기를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밑바닥을 경험해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오르는 것은 힘들지만, 내려가는 것은 금방이니까. 몇 번이고 두드린 끝에서야 단단한 강철이 탄생하지만, 난 그러질 못했다. 그것이 두려움에서든, 방법의 무지에 의한 것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롤러코스터가 무서워서 타질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제 아무리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맛깔나는 인생이라 하지만 앞으로 내려갈 것을 생각하며 오르는 그 떨림과 빠르게 낙하하는 순간의 그 두근거리는 두려움이 무서워서 난 내려갈 생각을 못했다.
사실 꼭 내려가봐야만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분명한 건 내려가본 사람이 안 내려가본 사람보다는 확실히 잘 안다는 것이다. 꼭 내려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 결과 나는 단단한 강철이 되는 대신에 무른 연철이 되고 말았다. 뭐, 꼭 밑바닥을 본다고 전부 강철이 되는건 아니다. 그대로 부서지고 마는 것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거기까지가 끝인 인생이었겠지.
연철.
철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른 성질 때문에 다양한 곳에 쓰이던 그 연철은 20세기에 들어서 연강에 밀려난 후, 장식용으로 주로 쓰이게 되었다. 사회 어느 곳에서든 쓰이지 못하는 내 자신과 비교하면 연철이라는 단어는 나와 딱 맞는듯 하다.
밑바닥을 찍고 오르든가.
밑바닥에 닿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 오르든가.
p.s
밑바닥을 찍으면 다시는 오를 수 없는 곳이 현재 대한민국이라 생각하기에 기왕이면 밑바닥은 안 찍는게 좋지 않겠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긴 하지만, 삶의 의지가 와닿지 못하고 가라앉고 있다면 자신의 밑바닥을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 겁쟁이.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부 방역과 내부 방역, 출입국통제에 대한 정부의 선택은? (0) | 2020.02.20 |
---|---|
해방, 행복이란 무엇일까. (0) | 2020.02.19 |
살다보니 느낀 것 몇 가지 - 꼰대를 위한 변명 (0) | 2020.02.09 |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0) | 2020.02.04 |
우한 폐렴, WHO 비상사태 선포, 그리고 정부 (0) | 2020.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