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찰
모 커뮤니티에서 품격이라는 말로 콜로세움이 열렸다.
모 커뮤니티가 어딘지는 다 알 듯 하지만....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1. 사람의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2. 사물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
우리는 곧잘 정말 좋은 시계, 정말 좋은 자동차, 좋은 양복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왠지 품격 있는 사람처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물건이 품격을 결정하진 않아. 명품백을 가지고 있는 것보단 사람이 명품이 되어야지.' 하면서 명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곤 한다.
위에 대한 글을 보면 우리는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양복, 좋은 차, 좋은 시계을 가지고 훨친하게 생긴 사람 = 품격이 있는 사람처럼 '느끼면서', 명품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고 말하니까.
위 맥락을 분석하기에 앞서 우리는 큰 한 가지 전제를 우리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가치를 가격으로 매기고, 그 시장가격이 가치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무서운 점이기도 하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가 가격화 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들.....어머니의 마음, 어머니의 솜씨, 장인의 손길, 옛 문화의 정신 등등 이 모든 것들도 '희귀성'이라는 말로 치환하여 가격화시켜버리는 것이다.
가령,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든 유기농 쥬스는 '정말 엄마가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듯' 아주 좋은 재료만을 골라서 만든 쥬스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 3대째 내려오는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칼, 가위, 시계, 자동차 등등 수제품은 그 문화적 요소, 역사가 살아 숨쉬기 때문에 매우매우 비싸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샌가 우리는 이렇게 판단하기 쉽다.
'장인이 만든 좋은' 제품들, 즉 비싼 물건을 소유한 사람은, 그 가치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예시가 예술품이 있을 것이다.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좋아하게 된 작품인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이 있다.
겉보기엔 흔하디 흔한 그냥 화장실 소변기다.
아니? 고작 화장실 소변기 따위가 왜 이렇게 비싸지? 그리고 그걸 비싸게 사는 이유가 뭐야? 어째서 예술품이라고 말하는 거지? 저걸 저렇게 비싸게 주고 사는 사람은 뭔가 알고 있기 때문에 사는 걸꺼야. 다른 평론가들도 극찬하니까.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실제로는 논란이 있다. 극과 극이다.)
좋은 물건의 소유자 = 그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할 줄 아는 안목을 지닌 자 = 품격이 있는자.
성립.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느 순간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느낌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차, 좋은 시계, 좋은 양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진정 그 문화적, 정신적 요소를 이해한 것인지, 단지 기호로 산 것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소유를 통한 첫 인상의 품격은 결국 그 사람의 행동양식, 사용언어, 대화 등을 통해 진정한 품격이 드러나게 되고, 우리는 진정으로 그 사람의 품격을 파악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 좋은 물건을 지녔다고 해서 품격이 올라간다고 '느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지레짐작을 통한 '첫 이미지 상승'효과에 불과할 뿐이고, 그 효과를 잠시 느낀 착각에 불과한 것뿐이니까. 물건이 사람의 품격을 올려준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시적인 착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록보존실 > 잡념들-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주주의의 해악, 인터넷 상에서 냉소적인 척 하는 인간들 (0) | 2016.11.11 |
---|---|
웹툰, 그 실시간 피드백의 폭력성 / 모순점 (0) | 2016.11.11 |
투명성의 폭력성 (0) | 2016.10.30 |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0) | 2016.10.22 |
웹툰 히어로메이커를 통해 본 정의당의 앞날과 입장 (0) | 2016.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