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일상이라고 규정 짓는 하루가 반복되고, 우리의 감각 역치가 높아지면서 우리는 우리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들에 대한 것들을 받아들이는데 무감각해져가고, 지루하다는 감정이 점차 스며든다.
그러나 세상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가 규정짓는 일상이라는 틀은 언제, 어느 장소에서 늘 변화를 맞이한다. 그 변화는 때때로 우리가 삶을 뒤돌아보게 할 만큼 크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주 사소하게 이루어진다. 단지 무감각해져 버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결국 똑같음과 반복으로 점철된 일상이 실은 하나도 똑같지 않으며, 당연한 것 역시도 없다.
당연하게 다가오는 일상들이 늘 새롭게 다가옴을 느낄 때, 우리는 좀 더 분명한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생의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생의 감각은 석가모니가 말한 '인생은 고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다고 느낄 때, 당황하게 되는데, 그 당황스러움이 기쁜 일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슬픈 일로 인해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 가면 계시는 부모님들, 늘 해야만 하던 일들...... 그곳에 그 시간대에 있어야할 존재들이 사라져버리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당연'하게 될 거라는 사실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만든다. 당연함을 포기함으로써, 우리는 매일 매일 부재의 고통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차라리 '당연'하게 느끼고, 무감각해져버리는 것이 우리를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상의 부재가 당연하지 않듯이, '대상의 존재'도 당연하지 않다. 단지 우리는 늘 당연시하지 않고 대상이 존재할 때, 그리고 부재할 때, 그 순간 순간을 기억하고 느끼면 될 뿐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리고 난 당연하다는 말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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