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의 폭력성.
<투명사회>라는 책을 두 단어로 표현한 말이다.
이 투명성의 폭력성이라는 단어를 필자는 일상에서도 불현듯 떠오릴 때가 있다.
가끔 카톡 상태메세지 바꾸고 싶을 때,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적지 못한다. 그 상태메세지는 모두와 공유하는 것이고, 카톡은 지인들,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숨어들게 만들고, 관계를 악화시킨다.
필자가 이 티스토리를 이용하는 것은 익명성 때문인데,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나의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갖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밀들, 생각들을 일기장에 기록해놓고 아무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비밀은 은밀하기 때문에 비밀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 은밀성을 없앤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그 기록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외부에게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아야 해.'와 같은 맥락이다.
필자도 그러한 욕구에 휘둘려 이렇듯 인터넷에 글을 끄적끄적 적곤 한다.
티스토리의 익명성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투명성을 요구하고, 또한 투명성이 좋은 것이라고 사회에서는 외치지만, 사실 투명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발가벗고 다닌다면, 우리는 오히려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완전히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된다면, 모든 의사결정들은 그 순간순간 투명성에 맞춰서 이루어지게 된다. 투명성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으로 이끈다. (이는 <투명사회>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가령, SNS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억압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2개의 계정을 만들기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은 개인 휴대폰을 2개씩 마련하여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글귀 하나를 쓸 때도 외부 시선에 노출된 이상 신중해져야만 한다. 부분공개를 전체공개나 다름없다. 금새 퍼지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의 투명성은 현대판 판옵티콘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선 간수가 필요없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
그래서 트위터는 인기가 많다. 가입이 쉽고 간단해서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러운 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은밀한 내면 욕구를 마음껏 써재껴나가는 것이다. 그것도 브레이크도 없이. 욕구를 배출할 수 있는 해방구 역할을 한다는 점은 트위터의 장점이지만, 해방구를 넘어서서 폭주하게끔 만들어버린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특정인들이 자신의 트위터를 밝힘으로써, 그것은 다시 족쇄가 된다. 요즘 일부 웹툰작가들이 과거나, 현재 트위터 발언으로 욕 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숨겨진 계정까지도 파헤쳐지고 있다. 작가들의 발언 하나하나 감시를 당한다. 트루먼 쇼처럼...>
결국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요구되는 정보의 투명성은 오히려 또 다른 억압이어지게 되고, 모두가 서로를 억압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게 된다.
필자는 하버마스의 공론장과 의사소통을 통한 민주주의를 좋아했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진정으로 수평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때, 그 때의 의사소통을 통해서만이 민주주의가 진실로 실현된다는 것을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문이다.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아니, 직접민주주의는 실현할 수 있겠지만, 더 나은 방향,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어느 지인은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하지만, 필자는 집단 지성을 믿지 않게 됐다. 어떤 정보가 주워졌을 때 이 정보를 통해 1차원적으로 해석하는 이가 있고, 1차원-2차원까지 해석하는 이가 있다. 분명히 해석능력은 차이가 난다.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으로 끝일 것 같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중구난방식의 토의만 이루어지다가 진정한 문제점과 결론은 끝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적인 영역이든, 공적인 영역이든 은밀성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일상세상에서조차 투명성의 폭력에 시달리는 필자를 느끼며, 티스토리에 이렇게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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