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 말이에요. 사실 편지를 몇 번 쓰긴 했었어요. 대다수는 날씨나 코로나 같은 안부 뿐이죠.
날씨가 많이 풀렸다든가, 눈이 녹아서 떨어지는 물들이 마치 비 내리는 세상 같다든가, 코로나가 잦아들고 있다든가, 아니면 한겨울날 잿빛 하늘 아래 걷는 걸 거리의 따뜻함 때문에 좋아한다든가 하는 뭐 그런 것들 말이에요. 새삼스레 날씨를 자각할 때마다 이렇게 편지를 쓰지요. 일상 속에서 문득 일상적이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 말이에요. 계절감이 두드러지는 날씨라든가, 계절과는 맞지 않는 듯한 날씨는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곤 해요. 그런 날엔 날씨와 함께 날씨에 대한 소회를 간단하게 편지에 적어내곤 하지요. 날씨에 대한 느낌과 생각들은 무언갈 감각적으로 풀어내는데 훌륭한 소재에요.
오늘 하루가 그런 날이였어요. 날씨가 무척 좋았죠. 마치 봄이 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람을 시원하게 맞이할 수 있는 그런 날씨였죠. 이런 날엔 역시 산책이 최고죠. 날씨를 온전히 만끽하면서 걸어보는 거에요. 뭔가 기운이 새로워지는 듯한 느낌이죠. 살짝 살짝 현실에서 벗어나서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해보는거죠. 현실만 바라보면 아무래도 우울해지니까요. 현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울감, 무기력함, 외로움, 절망감, 허무함 등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몰려오죠. 다들 사는 것이 고달프니까요. 우리가 불행해질 수 있는 이유는 여기저기에 넘치지요. 그래서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엔 살짝 고개를 돌려보는거에요. 흔히들 '인생이란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하잖아요? 뭐, 그런 것과 같아요. 다시금 우린 현실로 돌아올테고, 또 고통스러워할 테지만,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지요. 이제 곧 입춘도 시작될 거고, 어느 새 벚꽃이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힐테지요.
올 한 해도 벌써 1월달이 다 지나갔어요. 뭐 한 것도 없는데 세월은 무척 빠르게 흐르네요.
뭔가 세상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우린 우리 할 일을 하면 돼요.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가야죠. 뭐,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린 우리의 인생을 좀 더 좋아해주었으면 해요. 매번 부정적인 전망만을 써내려가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실제로도 부정적이고, 앞으로도 부정적인 일만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요. 어차피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고, 가끔은 미래를 생각지 않고, '알아서 잘 흘러가겠지'하는 안일한 생각도 필요해요. 요즘 20,30대는 똑똑해서 자신의 처지가 지금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다들 불안해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이것저것 많이 포기하지요.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미안해질 것 같으니까요. 뭔가 부모로서의 책임감, 압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비단 결혼 뿐만 아니라, 그냥 완벽에 대한 강박증이라고 해야 하나. 삶이 불안정해질수록 안정성에 대한 욕구들이 완벽에 대한 강박증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강박증이 충족되지 않으면 무기력해져버리는 거죠.
저 역시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다보면 부정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쓴 웃음이 나오네요. 뭐 다들 그렇죠.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서 쟁취하지 못하면 실패자라고 낙인 찍어버리는, 붕어도 괜찮고, 가재도 괜찮다고 말만 그렇지, 실제론 '용'이 되지 못하면 살 수 없는, 그런 사회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압박감이나 강박증이라도 가지지 않으면 못 사는 거겠죠. 그래도 가끔씩은 '알아서 잘 흘러가겠지'와 같은 마인드로다가 미래의 나한테 뒷처리를 맡겨놓고 현재의 나에게 충실해보는 거죠. 원래 인생은 사고치고 뒷수습하는 과정이잖아요....???? 맨날 비만 퍼붓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잘 찾아보면 틈틈이 춤출만한 구석이 있긴 하잖아요? 우리 인생 우리라도 좋아해줘야지요.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 무책임한 발언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남은 한 해도 힘내서 살아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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