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12. 11. 15:04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편지를 쓰는 것도. 이렇게 PC로 글을 쓰는 것도.

요즘 날씨가 좀 춥지요? 원래부터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지만, 추우니 더 안 나가게 되는 것 같네요. 그래도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이라서 카페에 나가볼까 했어요. 대학생 시절처럼 배낭에 노트북과 공부할 책들, 읽을 책들을 담아서 말이지요. 대학시절엔 그래도 카페에 종종 갔었던 것 같은데. 고향에 내려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 잘 안 가게 됐네요. 카페보다 더 편한 집에, 지인들을 만나러 나갈 일도 별로 없다 보니까요. 별일 없는데 돈 써가며 커피를 마시기엔 아깝잖아요? 그래도 오늘은 덜 춥고, 날씨도 좋아서 나가볼까 했어요.

'나가볼까 했어요.'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국 나가진 않았어요. 짐까지 다 꾸려놓고 말이지요. 가기 전에 검색을 좀 했더니 가려던 카페가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라 공부하러 가기엔 적합하지 않은 장소 같더라고요. 사람 만나서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쉬기에 좋은 곳이지. 예약도 받는 곳인데, 괜히 혼자 가서 공부한답시고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긴 그렇잖아요. 덕분에 제 방에 멋진 카페를 차렸어요. 차와 커피포트, 의자와 책상은 늘 준비되어 있으니 음악은 PC로 세팅만 하면 되지요. 1인 카페의 장점은 선곡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거? 사실 카페를 좋아하지만, 카페에서 선곡해주는 음악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카페 입장에서는 최신곡이나 신나는 음악, 템포가 빠른 음악으로 고객을 유인하며 회전율을 높이는 게 좋으니까요. 아무래도 무언가 집중해서 하기엔 어지러운 곡들이죠. 그렇다고 차를 마시며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선곡도 아니고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비 오는 날 캠프파이어'와 '얀 티에르상의 어느 여름날 오후의 노래'를 듣고 있어요. 제가 4월쯤에 편지로 추천드렸던 곡이지요. 영화 아멜리에의 대표적인 ost기도 해요. 비 오는 날 캠프파이어는 그냥 배경음 같은 거예요. 빗소리와 장작 소리를 듣고 싶어서요. 세상 참 편해졌네요. PC와 인터넷만 있으면 집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음악이든, 배경음이든 들을 수 있으니까요. 아, 스피커만 좋은 걸로 구매했더라면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직접적인 환경에서 듣는 거랑 다르긴 하네요. 스피커는 앞에만 있으니까.

오늘은 도서관엘 다녀왔어요. 책을 대출 연장하려고요. 대출 연장이 사라져서 반납 후 다시 빌려야 한다고 들었어요. 이번이 2번째네요. 핑계지만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사실 핑계죠. 웹툰을 보거나 인터넷 하는 시간 대신 책을 읽었으면 오늘까지는 다 읽었을 거예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마크 라이너스의 <최종 경고: 6도의 멸종>과 미쓰다 신조의 <우중 괴담>이라는 책이에요. 앞에 건 지구과학, 사회과학 책이고, 뒤에 건 미스터리 소설이에요. 어느 정도 읽고 리뷰까지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미뤄지고만 있네요. 도서관을 다시 이용하게 되면서 희망도서 신청도 다시 하게 됐어요. 시립 도서관이나 군립 도서관 같은 공공 도서관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1년에 도서를 신청할 수 있게끔 예산을 편성하거든요. 대학교를 다닐 때 등록금에 희망도서 비용이 포함되어 있던 것과 같지요. 그래서 대학생 시절에 희망 도서를 자주 신청하곤 했는데... 멀쩡한(?) 책이면 웬만해선 신청이 받아들여 지지요. 의외로 대한민국 공공 서비스는 좋은 편이에요. 평소 보고 싶었던 책이 있다면 오랜만에 공공 도서관을 이용해 보세요. 저도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괜찮은 책들은 구매해서 소장하고 있어요.

책을 대출해서 나오는데 밖에 중학생? 고등학생? 처럼 보이는 애들이 있더라구요. 시험기간인가봐요. 남자애는 잠깐이라도 잠자면 어떻겠냐고 그러고 있고, 여자애가 자신은 한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난다고, 그래서 잠깐이라도 자면 안된다고 그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밖에 나와서 공부하나 보다 그랬어요. 슬쩍 보니 과학책이던데, 옛 생각이 나더군요. 저도 학생 때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이랑 도서관에 나와서 공부하곤 했는데... 친구들하고 하면 공부가 잘 안 되긴 하죠. 다 같이 집중해서 하면 또 빡세게 집중하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좀 짧죠.ㅎㅎ 그래도 밤 늦게까지 서로 남아서 잠도 깨주고 그렇게 공부했는데. 과거는 미화된다던데..... 학생 시절이 전 즐거웠던 것 같아요. 아무 걱정 없이 시험 성적만 걱정하며 공부했던 그 시기가요.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 생각할 게 많네요.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할 게 많으니까요. 여튼 공부하면서 서로 서로 챙겨주면서, 시험 결과를 받고 인정받았던 때가요. 잠깐 잠깐 매점에 가서 간식도 먹는 것도 좋았죠.

살아간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항상 일을 해야 하고, 뭔가 스트레스도 받고, 힘도 들지만, 그 사이 사이에 있는 깨알 같은 추억들이, 뒤돌아 보면 보이는 그 조각들에서 힘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당시엔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괜찮았다. 눈 감을 때 '후회되는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았어.'하고 말할 수 있는 삶이 성공한 삶 아닐까요.

또 편지 할게요.

p.s
비가 좀 와서 가뭄이 해결되어야 할텐데 큰일이에요.
다음 주부터 많이 추워지던데, 그래도 날씨가 풀렸으면 좋겠네요.

p.s 2
내년부터 경기 침체가 된다고 난리예요. 걱정이네요. 파티가 끝난 것은 확실해 보이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저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면서 최대한 아껴가며 버틸 수 밖에요. 올해 중순부터 환율이 많이 오른다고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안정(?)된 것처럼 세계 각국의 경제 수장들이 잘 해결해 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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