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상-회사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2. 11. 22. 15:05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문구에요.
정확히는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인 동물이다' 이지만요.

오늘은 제가 다니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 해요. 흔히들 좆소라고 하지요.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지방에 있는 작은 회사에요. 작다고 하기엔 규모가 조금 있는 편인가? 여튼 지방에 있는 작은 회사지요. 근무 환경은 제가 보기엔 열악하진 않아요. 단지 일의 강도에 비해 월급이 적다는게 문제지요. 뭐 어느 회사를 가든 자신의 월급에 만족하는 회사원은 잘 없지요.

우리 회사는 대표를 투표로 선출해요. 어쩌면 가장 민주적인 회사지요. 유권자들이 있고, 그 1인 1표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소규모의 유권자에 의해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런 곳이지요. 덕분에 전 민주주의 가장 큰 맹점을 앞에서 보고 느끼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가르치는 것 같아요. 민주주의를 통치의 이념으로 삼는 국가이니 만큼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부작용이나 단점도 가르쳐 주었으면 하네요. 직접 민주주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민주주의에 회의가 들거든요.

눈이 1개인 동네에선 눈2개가 비정상이라고 하지요.
마치 저를 눈이 2개고, 다른 이들은 눈이 1개라 말하는듯 해서, 내가 정상이고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나은 듯이 말하는 것이 오만하다 할 수 있는데, 정말....음..... 그래요. (내갸 더 낫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냥 회의감이 들어요.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소규모 집단이다 보니 한 표 한 표가 대표에겐 소중하기에 회사의 대표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유권자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그 힘을 사용하지요.

겉으로 보기엔 민주주의가 잘 돌아가는 그런 이상적인 상황이지요? 네, 민주주의는 잘 돌아가요. 그런데 그 유권자들은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한 명의 사람이지요. 이렇게 소규모로 민주주의가 돌아갈 때  - 투표의 힘을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때, 시스템에 부패가 일어나기 시작해요. 이 글을 쓰는 지금 '한 사람의 인격을 시험해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링컨이 아니라 로버트 잉거솔의 명언)'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제가 앞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문구를 소개해 드렸는데...정말 그래요. 정치라는 것 그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에요. 단순한 용어에 불과하니까요. 문제는 그 정치적 과정 속에서 어떤 부정과 부패가 이루어지냐죠. 소수의 유권자들은 갑질 아닌 갑질을 해요.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면, 일단 대표부터 찾지요. 그리고 직원을 압박하기 시작해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서요. 문제가 일어나면 책임지는 것은 해당 직원이지만, 이득은 본인들이 챙기지요.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수요자로서의 정당한 거래가 아니라 한쪽이 칼을 쥔 부당한 거래가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그러한 이득을 보게 해줄 내 편인 사람을 선출하지요. 결국 이상적 민주주의의 조건들 - 성숙한 시민의식? 합리적 의사결정? 사회와 개인건의 균형? 이타적인 마음? 이런 전부 쓰레기통에 쳐 박히고, 니 편 내 편에 의한 인사 이동이 이루어지고, 회사는 개판이 되기 시작해요. 능력에 따른 효율적 분업이 아니라 지연으로 인사이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회사에서 과연 공평한 업무가 이루어질까요?

그리고 망가질 걸 알면서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눈을 감는 유권자들이, 안 되는 걸 되게끔 억지부리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인간으로서 성숙치 못한 사람들도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1표라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그 힘을 거리낌없이 휘두르지요.

물론 제가 1인 1표의 자격을 어찌 논할 수 있겠나요. 오만한 생각이지요. 명시된 자격 여건에 의해 정당하게 표를 갖게 된 것인데요. 그래도 민원을 상대하다 보면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일은 할 만 해요. 적응도 잘하고 있고요.
살면서 하고 싶은 일, 편한 일만 할 수 있나요.
내리막이 있어야 오르막도 있는 법이지요.

결론은 '잘 지내고 있다'입니다.
그냥 회사 다니면서 드는 생각을 써봤어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잘 지내고 있길 바랄게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래요.

또 편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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