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정말로.
편지를 써본 지가 얼마만이었는지요.
단상들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조금씩 글을 쓰긴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글 쓰는 빈도가 줄었어요. 생각보다 글 쓰는데 시간이 걸리고, 또 많이 바쁘고, 귀찮음도 커져서요. 예전에는 시간이 충분해도 귀찮아서 글 쓰는 것을 미뤘다면, 요즘엔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밀려나요. '이것 먼저 하고.' '저것 먼저 하고.' 이러다 보면 잠자리에 들고 눈 뜨면 다음 날이지요. 그러다 보니 임시저장해놨던 글들도 지워져 버렸어요. 90일이나 쓰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안 쓸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으로 조금씩 수정해놓곤 했는데. 지워져 버린 글을 어떤 건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요. 대신 단상들은 시간 나는대로 올리려고 노력 중이에요.잊어먹거나 미루게 될까봐요.
오늘은 책을 하나 추천해 드리고 싶어서 편지를 써요. 리뷰를 쓸까 생각중이기도 한데.
책 제목은 <최소한의 이웃>이에요. 허지웅 작가님이 쓴 산문집이죠. 읽기 정말 편해요. 짤막하게 담소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1장 이내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쌓여 있는 형태지요. 읽다보면 라디오를 듣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문구들은 꽤나 괜찮지요.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도록 분명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면서, 부러운 일이에요. 마음에 담아둘 만한 문구들이 많아요. 마음에 들어서 기록을 하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너무 많아져서 책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천천히 두고 기록해보려고요. 우선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었거든요. 곁에 두고 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해요. 공감되거나 동의하는 부분도 많고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삶에 대해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지 않을까,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해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석이 아니라 간단명료하지만 울림이 있는 말이죠. 너무 칭찬일색인데... 아무튼 대혐오의 시대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드려요.
아, 근래에 큰 행사나 일들이 끝나서 조금 여유로워졌어요. 그래서 도서관도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요.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단 희망도서를 신청해놓는 편이에요. 뭐, 일도 하랴, 자기 개발도 하랴, 공부도 하랴, 개인적으로 해야 할 건 많지만요. 직장을 다니니까 참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평일날 시간이 도저히 안나네요.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다들 이렇다고 생각하니 새삼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대체 개인 업무는 언제 하는 걸까요. 결국 반차나 휴가를 써야 한다는 건데, 몇 번 쓰고 나면 쓸 수 있는 연차도 없어서... 대한민국은 직장을 다니려면 아프지도 말고, 개인적인 자산관리-은행업무도 포기하고, 육아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느껴요. 일하기 전까진 주 5일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차라리 도서관처럼 월요일을 쉬는 식으로 바뀌던가요. 한편으론 직장 다니는 삶에 적응하면서 과거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분명 커뮤니티나 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했겠지만, 이젠 일이 없는 삶이 상상이 가질 않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많은 시간을 일도 없이 어떻게 보냈는지 말이에요.
저는 이렇듯 잘 지내고 있어요.
일에 적응하면서. 적지만 제 힘으로 돈도 벌고, 자기 개발도 하면서. 그렇게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어요. 예전처럼 막연하게 그리던 때와 달리 좀 더 현실적이고, 꿈이 규모가 작아졌지만요. 그래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잠시 휴식기간을 가지고 싶다던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바쁜 일상 속에서 이 궁금증도 금새 사리지곤 하지만요. 여전히 종종 생각하곤 해요. 부디 잘 지내시길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