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편지를 써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이불을 안 덮고 잠을 자던 때가 불과 한두 달 전이었는데 말이죠. 이젠 저녁이나 새벽엔 꼭 이불을 덮고 자요. 편지를 쓰는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나서인지 춥다고 느껴지네요. 벌써부터 이러면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모르겠어요. 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던데. 환경 문제에서부터 외교, 정치, 사회, 세계 각종 문제들을 꺼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그럼에도 변해버린 날씨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꺼내게 되고, 자연스레 각종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게 되지요. 모든 문제는 서로 얽혀 있는 거니까요. 다시 날씨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저녁이 되면 쌀쌀하고, 아침과 새벽엔 조금 춥지요. 그렇다고 예전의 가을처럼 낮 동안은 더운 것도 아닌 듯해요. 뭐랄까 활동하기 정말 좋은 날씨? 예전엔 환절기다 뭐다 해서 낮은 덥고, 아침저녁은 추웠던 것 같은데. 이는 저의 감각적인 느낌이니까,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어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덥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죠. 전 요즘 긴팔을 입어요. 긴팔을 입은 지는 좀 됐고요, 아침이나 초저녁엔 가벼운 겉옷을 걸치지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체질이 변한 걸까. 추위를 좀 타는 듯해요. 추위가 느껴질 때면, 당신이 계신 곳은 어떨까 생각해보곤 해요. 위쪽의 산간 지방이니 만큼 더 춥지 않을까 해서요. 어쩌면 단풍을 붉게 물든 풍경을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겨울이 다가오고, 서리가 내리겠지요.
추위가 싫어졌어요. 더위가 더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올해는 더위를 무난하게 넘어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모순적이게도 추위는 싫은데, 겨울 설경은 여전히 좋아요.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산과 들판에 쌓여 있는 눈을 보면 그만큼 예쁜 것이 없지요. 낮이 되면 녹아 없어질 한 때이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모르겠어요. 모순적이에요. 유한하기에 아름답다니. 유한해야만 아름답고, 또 소중하게 여기지요. 아마 우리의 젊음이, 우리의 인생이 무한에 가까웠다면, 우린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낭비되는 물티슈처럼 우리의 인생도 계속 낭비되고 있었겠지요. 아니면 오랜 낭비와 지루함 끝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을지도 몰라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세상에 유희 거리가 많다고 한들, 결국 거기서 거기일진대, 궁극적으로 의미를 창조하는 것으로 모두의 삶이 귀결됐을 거라 믿어요.
아, 설경보고 싶다.
당신이 계신 산간 지방은 어떨까요. 서리를 보기엔 아직 이겠지요?
이른 아침의 추위 때문인가. 감정이 조금은 심숭생숭 해지는 것 같네요.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겨울은 금방 이니까요.
다음에 또 봐요.
편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