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영화

판의 미로

어둠속검은고양이 2019. 3. 10. 18:31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장르 : 판타지, 드라마
개봉일 : 2006. 11. 30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1. 영화감독이 기예르모 델 토로인 것을 이제 알았다.
필자가 과거에 리뷰했던,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영화를 찍은 바로 그 감독이다. 이 판의 미로는 감독의 대표작이라 불리는데, 정말 대표작이라 불릴만큼 잘 만들었다. 두 영화를 계기로 해당 감독만큼은 따로 기억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영화 포스터를 잘못 제작한 대표적인 영화다. 관련 리뷰를 검색해보면 일화가 쏟아진다.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만큼, 결말의 해석이 명확하게 나뉘면서도, 상반되지만, 두 해석 모두 자연스러울 수 있는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이 영화는 동화 속 이야기를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면서, '주인공인 오필리아가 곧 환상적인 판타지 세계로 떠나겠구나!' 하는 느낌을 팍팍 준다. 하지만 동화 속 이야기와는 반대로 주인공은 어머니와 함께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한창 내전 중인 군부대의 공관으로 이사사게 된다. 아마도 저 포스터에 낚여서 오게 된 분들은 이 때부터 이상함을 느끼게 됐을 거라 생각한다. 
내전 중에 게릴라전은 계속 되는데, 어머니는 임신중독으로 아프고, 대위인 새아버지는 무뚝뚝하기만 우울한 현실과는 다르게, 오필리아는 우연치 않게 요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은 사실 인간으로 환생한 지하세계의 공주이며, 지하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해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중 구조의 이야기
이 영화는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내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암울한 현실세계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찾기 위한 판타지 여행이다. 그러나 그 판타지 여행도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그럼에도 서로의 진행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이는 시나리오가 얼마나 짜임새 있게 제작되었는지 엿볼 수 있다.

배경과 결말(망상인가 vs 진실인가)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바로 결말에 대한 해석이다.
오필리아의 판타지 여행이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망상에 불과한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오필리아의 판타지 여행이 현실과 부딪치는 일없이 별개로 진행되기에 독자의 상상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끝에 가서 오필리아는 총에 맞아 죽게 되지만, 그 다음 장면으로 지하세계에서 진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오필리아의 모습을 비춤으로써 오필리아의 죽음이 단순 비극으로 끝난 것인지, '지하세계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행복으로 끝난 것인지 불분명하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내전 중이라는 배경은 어린아이인 오필리아가 심리적,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릴 것이라는 것을 관객이 느끼게 해줌으로써 결국 판타지 세계는 망상에 불과했으며, 오필리아의 죽음은 전쟁의 비극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필리아가 해냈던 과제들이 오로지 혼자 있을 때 진행됐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이 오필리아의 일을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거짓이라고 섣불리 말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과제를 해결한 영향이 현실세계에 미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은 판타지 세계가 단순히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가령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되거나 급격하게 나빠진 시기가 오필리아가 무언가를 했을 때와 겹치는 것이다. 마지막에 새아버지가 요정을 보지 못한 것도, 말 그대로 요정이기 때문에, 오필리아만 유일하게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무리없이 진실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을 믿느냐는 전적으로 관객에게 달렸으며, 그 믿음에 대한 근거가 부자연스럽지 않는 영화다. 또한 판타지 세계에서 마지막 실패로 끝나고, 현실에서도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오필리아가 경험한 판타지 세계는 진실이었으나, 결국 이루지 못한 '판타지의 비극적 결말'로 해석할 여지도 생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결말을 비극적으로 해석했는데, 아무래도 순수한 동심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결말로 해석하지 않을까 싶다.

연인들에게는 비추에 가까운 영화.
다크 판타지 좋아하시는 분 추천.
비극적, 우울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추천.
즐거운 판타지 세계, 행복한 결말을 원하시는 분께는 비추천. (결말이야 어떻든 과정이 우울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추천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다.
후회없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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