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재밌는 글을 하나 읽었다.
인터넷에서 핫한 이슈인 페미니즘과 관련된 실험이었었는데, 과거 필지가 생각했던 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한 만화 작가가 텀블벅에 책을 펀딩했었다고 한다. 하나는 <90년생 김지훈>, 하나는 <1990, 백말띠의 해> 였다. 사고실험을 한 셈인데, 그 행동력이 나름 대단하다.
<90년생 김지훈>은 남자라는 이유로 말하지 못했던 '남성 차별'을 써놓은 글이었고, <1990, 백말띠의 해>는 과거 90년대 때부터 경험했던 '여성 차별'에 대한 글이었다. 즉, 남녀구도에 맞춰서 양측의 입장(?)을 써놓은 책을 펀딩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중간에 정체가 밝혀져서 취소하게 됐으나, 꽤나 유의미한 실험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두 책 모두 인터넷에서 조금씩 이슈화 됐었고, 각각의 모금액 역시도 100%를 넘어섰었다.
과거 필자는 '여성 징병제, 정치권과 언론의 검은 속내들'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는 페미니즘 열풍이 서서히 불고 있을 때 였고, 여성징병제 이야기도 나왔을 때였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 때 필자는 여성징병제보다도, 당시 언론의 편향적인 행태에 대해서 주된 비판을 했다. 그 글을 쓰다보니 감정이 좀 격해진 모습이 드러냈기에, 지금 읽어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그 때 그 글에서 텀블벅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다. 페미니즘을 알리고, 드러내는 것은 좋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페미니즘보다 거기에 얹혀진 '돈'을 추구하는 듯한 상품이 많다고..... 이번 카광이라는 작가의 실험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더불어서 출판업계 및 진보 언론이라는 그들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원래 정치적 입지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차이가 날 수는 있다. 그 점은 이해되지만, 단순히 시각차이를 넘어서서 한 가지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텀블벅에 있는 모든 페미니즘 상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이 작가의 실험은 '싸움을 부추기는 세력'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는 세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필자도 그것을 심히 우려하는 바다. 성별대결로 치닫게 되면 이득보는 것은 나이든 정치권과 그에 밥숟가락 얹는 장사치들 뿐이다. 그리고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정치권에서 관심으로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뿐이다. 현재 20~30대 남성들이라고나 할까. 사실 여성분들이 정치권의 주된 관심사라고는 하지만, 꼼꼼히 정책을 살펴보면 '허울 좋은, 그럴듯한 정책'도 많다. 그냥 '여성으로서의 고단함에 관심 있는 척'만 할 뿐이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여튼 간에 간만에(?) 재밌는 사고 실험(?)을 하나 본 셈이다. 이 사고 실험에 놀아난 언론이나 단체들은 좀 반성하길 바란다. 그럴거란 생각이 눈꼽만도 들지 않지만, 단체든, 언론이든, 개인이든 간에 '내가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하고 자신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사실, 아집이 아니라, 다 알면서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속이고, 부추기는 거지만서도.
이에 대한 자세한 생각은 '성별 대결의 대리전쟁, 20~30대 남성의 딜레마와 여성의 인식차' 라는 글을 통해 나타냈었다. 그 글은 어째서 남성과 여성이 페미니즘에 있어서 인식차가 크게 나는지 원인을 되짚어 가는 것이 주 목적이었으며, 그 결과 정치권에서는 남녀대결로 인한 이득만 챙기고 있을 뿐이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최근 필자가 비판한 '여성 가산점 1점'도 그 궤를 같이 한다.
'늙어빠진 정치권의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가부장제를 체득하셨고, 거기서 승리자로서 살아오신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페미니즘은 지난날의 과오이기도 하고, '까짓거 남자니까, 그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 따위와 같은 마초적 마인드로다가 '허락'해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현재, 초식남이 되어가는 그런 20~30대 남성들을 이해할 수도 없고, 20~30대 여성들의 고통 역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애초부터 20~30대 여성들의 하소연을 남성우월적인 시각에서 '너희들의 징징거림을 들어주겠노라.'와 같은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으로 그들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며, 해결할 생각도 없는 셈이다. 그러니 행정 정책도 그따위로 진행하지. 쯧.. 남성들의 하소연에는 '허허허 요즘 젋은이들은 패기가 없네. 웃기네요.'하며 치부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20~30대 남성들은 그냥 지극히 본인들의 노력부족으로 실패한 패배자일 뿐이기에....
필자는 20~30대 남성에 속한다. 그래서 객관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에 속해 있기 때문에, 피부로 와 닿는 것을 잘 느끼는 편이기도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가부장제 구조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편이고, 이것을 타파해야 하는 것도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가 진통을 겪을 것이고, 일부 피해는 무관심했던 지난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부장제 구조에서는 여성은 여성답게, 남성은 남성답게 라는 이유로, 모두가 피해를 입었으며, 방관자였고, 또한 가해자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여성분들이 훨씬 더 고통을 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누가 누가 더 피해를 입었는지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어떤 부분이 문제고, 그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협력이 있어야 하는지 같이 고민하는게 중요하지.
서로를 향해 비꼬고, 증오해봐야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우리는 말하고 들어야만 한다. 대화해야만 한다. 대화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그것이 지루한 과정일지라도 말이다. 자극적인 이슈와 표에만 관심있는 정치권과 미디어는 이것을 원치 않을 것이고, 이것을 우린 잘 걸러야만 한다. 그런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관심과 멍청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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