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지적 우월감과 자존감을 위한 하잘 것 없는 다툼들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5. 1. 08:19

인터넷에서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가르치려 드는 태도 때문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도 함부로 확언을 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확언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어설피 아는 지식과 용어를 써가며, 너무도 당당하게 지적하려 든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참된 지식의 전파와 설득이 아니라, 타인을 지적함으로써 얻는 그 알량한 지적 우월감, 지적 허영심 충족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나의 말을 들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의 말을 듣지 않는 '너네들은 정말 멍청한 인간들이다!' 고 말하길 좋아한다.

논리적인 척 포장하는 것은 설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럴듯해 보여서'다. 그러다가 간혹 그 어설픈 논리적 포장에 동조해주는 이들이 나오면 그들은 무려 선민의식까지 갖게 된다. '아, 선각자인 내가 저 무지몽매한 애들을 깨우쳐 줘야겠구나!'하고 자아도취에 빠진다. 그러다 바닥을 보이게 되면, 아님 말고식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 전까지 느꼈던 그 우월감과 자존감을 못 잊어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그들은 학술적 용어에 대해 고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있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가져다 쓰는 것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뭔가 비슷한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용어를 가져다 붙일 뿐이다. 그 용어의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두루뭉술한 그 개념과 범례를 자신만의 언어로 정립하지 않은 채로.

그래서 인터넷에선 늘 다툼이 일어난다.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해서 남을 찍어누르려 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승냥이처럼 항상 희생자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떼로 몰려들어 기어코 박살내고 나서야 그들의 노여움을 거둔다. 물론 그들의 지적질과 노여움은 선한 의도였으며, 정당한 것처럼 포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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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대중 매체는 사람들에게 싸울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실제로 자신들의 주장에 근거를 댈 필요도 없이 말이죠. by 닐 타이슨

p.s
나도 어떨 땐 지적질하고 싶어 근질근질할 때가 있다. 약간의 답답함과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달까. 그럴 때면 가끔씩 글을 쓰다가 '뭐하는 짓이지?'하며 지워버리곤 한다. 하잘 것 없는 다툼에 감정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