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주택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8. 18. 17:29

태양에 달궈진 채 열기를 내뿜어 내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골목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제법 선선하다. 등 뒤에선 실외기가 돌아가는 것이 백색소음이 되어 나름 안정감을 심어준다. 혹시 내가 지금 불안한건 아닐까.

나는 지금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
짐이야 원래 얼마 없었으니 상자로 짐을 싸는 것은 금방 할 테지만 문제는 집이다. 보통은 살 집을 먼저 구하고 짐을 싸는 것이 순서일테지만 이사를 꼭 가고야 말겠다는 결심으로 일단 계약 종료를 해버렸다.

방을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방 구경이라도 해야 선택이라도 할텐데 4군데 연락했는데 전부 구경조차 못했다. 허위매물, 방 없음, 연락 없음 등등. 인터넷에 나온 매물만을 믿은 대가를 치루고 있는 중이다.

한적한 주택가 사이로 사람이 나온다.
저 사람도 이 사람도 모두 이렇게 집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것이다. 이 곳은 그런 곳이었다. 모두가 잠시 머물다 가는, 잠시 거쳐가는 곳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곳에 평생 살거라고 생각지 않는 곳이었다.

저마다의 미래를 꿈꾸며 들어오는 원룸촌은 생각만큼 희망차지 않았고, 꺼져가는 불씨가 모이는 것처럼 묘한 연대감과 동질감을 주었다.

오후 4시 주택가는 생각보다 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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