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아침 일찍 편지를 써요.
단지 제 손에는 편지지와 펜 대신 휴대폰 하나가 자리잡고 있을 뿐이죠. 편리한 것도 좋지만 아직까진 편지지와 펜이 더 느낌있다고 생각해요. 타자기 느낌이 들도록 노트북도 글 쓰는 것도 좋구요. 언젠간 손으로 쓴 편지를 전해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책상 위에 편지지와 펜보다 노트북이나 휴대폰이 올려져 있는 걸 더 자연스럽고 분위기 있는 걸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느끼는 옛 감성들은 슬슬 고전으로 넘어갈 시기인지도 모르죠.
가을은 확실히 저의 계절인가봐요.
살짝 이른 새벽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낡은 시계가 삐그덕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는 조용한 가운데 고양감을 심어주죠. 일찍 해가 떠오르는 여름날 새벽이었으면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이리 편지를 써요. 아무 내용이라도 좋으니 글을 써보고 싶은 이른 새벽이었거든요.
가을이라 말은 했지만 어떻게 보면 계절 구분은 무의미해요. 날짜나 계절은 인위적으로 구분지어 놓은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냥 때가 되면 자연스레 해 뜨는 시간이 줄어들고, 늘어나길 반복할 뿐이죠. 그리고 이렇게 편지를 쓰는 오늘은 해 뜨는 시간이 짧아진 때에 해당될 뿐이에요. 가을이라서 제 계절이 아니라 그냥 그런 시기가 저와 맞는 거고, 제가 좋아하는 시기인거겠죠.
어찌됐든 입추였어요.
지난 주 금요일 말이에요. 가을이 이미 시작된 거죠.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는 것 같아요. 2020년이 시작되는 듯하더니 벌써 가을로 접어들었어요. 달로는 벌써 8월달이구요. 그러나 장마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네요.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우중충하구요. 올 여름은 장마로 시작해서 장마로 끝나버렸어요. 이제 그 장마는 가을까지도 넘보고 있구요. 장마도 여름의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아무래도 여름의 상징인 태양과 더위가 사라져 버리니 여름이 통째로 사라진 느낌이에요.
이번 장마로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었어요. 수재민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본 것도 몇 년만인지 몰라요. 저희집도 갑작스런 폭우에 비가 좀 샜어요. 물통을 좀 받쳐놓고 그랬어요. 일부 지역도 침수됐다고 들었지만 큰 사고없이 잘 넘어갔어요. 이 편지를 읽고 계신 분은 어떠셨나요. 아무 일 없었길 바라고 있어요.
올 한 해는 정말 다사다난한 것 같네요. 하지만 결국 이 한 해도 지나갈 거에요. 우린 충분히 극복할 것이구요. 남은 한 해도 잘 보내시길 바라며 편지를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