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9월, 새로운 편지

어둠속검은고양이 2020. 9. 24. 09:25

오랜만이에요.

때때로 남겨진 작은 댓글은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정말 오랜만에 일상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되네요.

이번 편지는 새로운 에디터로 글을 써봤어요. 글씨체도 좀 바꿔봤구요.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어느 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더니 가을 성큼 다가왔어요. 낮에도 제법 쌀쌀해지고 긴 팔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자주 보여요. 저도 얼마전에 사놓은 가을 옷을 입고 다니지요. 이사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옷 대부분을 처리했거든요. 오랜만에 옷다운 옷을 몇 벌 샀었어요. 저는 늘 후드티에 추리닝을 입고 다녔거든요. 내가 편하게 최고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걸요. 가끔은 옷다운 옷도 입어야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옷차림이신가요.
역시 편하게 최고인가요. 아니면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 멋진 가을 옷인가요. 혹은 어쩌면 아직은 덥다며 반팔차람에 가벼운 겉옷을 들고 다니실지도 모르겠네요.

아직까진 사람들의 옷차림이 경계선상에 머물러 있어요.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구경거리지요. 추리닝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놀랍게도 표준어랍니다. 하지만 운동복이나 연습복으로 순화해서 사용해 달라고 국립국어원에 작성되어 있네요.

저는 8월 말에 이사를 완료 했답니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사했어요. 걸어서는 30분, 차로는 10분쯤 위치한 곳이지요.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이사했어요. 무사히 이사도 잘 마쳤고, 덕분에 좀 더 빠릿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한번씩 이렇게 이사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살림살이가 적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았어요. 과감하게 정리할 것들은 정리하고, 또 새롭게 시작할 것들은 새롭게 시작하고. 이사 자체는 번거롭지만, 이사를 하고 나면 활력이 재충전되는 것 같아요. 전에 살던 방보다 좀 더 넓고 깔끔해서 미니멀리즘하게 방을 깔끔하게 꾸몄어요. 제 꿈이 제가 사는 집을 짓는 거였는데, 취미방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미니멀리즘하게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미리 체험해보니 정말 잘 생각한 것 같아요. 

전에 8월 달에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제주도 여행을 가겠다고 글을 쓴 적 있어요. 아쉽게도 제주도 여행은 가지 못했어요.

이번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는데. 예정보다 일이 마무리되는 시기가 늦어졌고, 이사도 생각보다 더디게 이뤄져서 어쩌다보니 코로나 2.5단계로 격상됐지 뭐에요. 태풍도 올라온다고 하니, 어떻게 유야무야 보내게 됐지요. 아. 아쉽다.

인생에 있어서 계획은 생각보다 자주 엉성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나 그 스케줄이 날씨에 지장받는 경우는요.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이사온 지 대략 한 달쯤 된 것 같아요. 이젠 어설픈 티를 좀 벗어보려고 생활습관을 고치고 있어요. 잘 될진 모르게지만. 그래서 일상을 자주 쓰게 되지 않았어요. 글 쓰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좀 더 말보단 행동을 바꿔야 할 것 같아서요. 사고방식도 고치고, 생활습관도 고치고, 모든 걸 다 고치려 들겠지만, 익명인 이곳에서만큼은 좀 더 내 마음대로 편하게 글을 쓰겠죠. 그렇게 여름의 끝자락을 이곳에서 잘 마친 것 같네요.

이젠 가을을 맞이해야겠지요.
그런 의미로 지난 주 일요일엔 시장에 다녀왔어요.
얇은 여름 이불 대신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이불을 사기 위해서요. 이사 오면서 겨울 이불도 과감하게 버렸거든요.

이번에 산 이불은 모달 섬유로 만든 이불이에요. 여름 이불을 사기 위해 방문했던 가게에서 처음 접하게 된 이불이지요. 그 때 그 촉감이 어찌나 부드러웠던지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다행히도 싱글사이즈가 나와서 좀 더 싸게 샀어요.

주말 시장은 생각보다 즐거워요.
억지로 시간 내서 방문할만큼 보람이 있지요. 꼭 무언갈 사지 않아도 괜찮아요. 생각보다 붐비지도 않구요. 길게 늘어진 상가들을 걷다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상품들이 보여요. 맛있는 전도 팔고, 만두나 호떡도 팔지요. 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통닭도 팔아요. 냄새나지만 싱싱한 수산물도 팔고 노인분들께서 텃밭에서 키운듯한 나물들도 팔지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요. 시장에서 살고 있는 듯한 치즈냥이도 만날 수 있구요. 상인들에게 많이 얻어 먹었는지 확대됐네요. 모든 시장이 다 이렇진 않을거에요. 어떤 시장은 비위생적이기도 할 거고, 또 어떤 곳은 바가지를 씌우기도 할 거에요. 하지만 불확실한 이 시장에서 뜻밖의 행운을 발견할 수도 있을거에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마트에선 뜻밖의 무언가가 일어나긴 어렵잖아요.

다음 번엔 시장에 한번 가보시는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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