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지를 쓴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또 이렇게 글을 쓰네요.
쌀쌀한 바람과 함께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죠. 마음이 울렁울렁 거려서 글을 쓰고 싶어져요. 약간의 쌀쌀함, 그리고 약간의 따스함들은 고양감과 차분함, 그리고 상쾌함 등의 감정들을 가져오지요. 이러한 감정들을 생각해보면 먼 옛날 사람들이 아침마다 태양을 향해 절을 올리는 것도 언뜻 이해가 가요. 이 순간에 느껴지는 평화로움이 세상만물을 창조한 어떠한 것에 대하여 경건함을 갖게 하는 걸지도 모르죠.
저는 높은 곳에 살아요. 고도가 높은 곳이 아니라 꼭대기층에 살고 있지요. 옥탑방은 아니에요. 그래서 방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베란다로 나갈 수 있어요. 제가 이렇게 평화롭고 기분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것도 이 베란다 덕분이에요. 휴일 오전, 조용한 주택가를 바라보며 아침 바람과 햇살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죠. 아마 1층에 살았더라면 꼭대기층까지 올라갈 생각을 못했을 거에요. 사람들은 늘 편하다고 여겨지는 범위 내에서 주로 활동하니까요. 한강뷰가 보였으면 경치가 끝내줬을테지만, 저의 지갑도 끝내줬을거에요. 탁 트인 자연경관도 좋지만 휴일날의 조용한 주택가의 경치도 꽤 괜찮아요. 자연경관과는 또 다른 평화로움을 주거든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밤이면 하나둘 조명이 켜지던 곳들이 휴일 오전엔 조용해요. 두런두런 약간의 말소리와 새소리는 이곳에 평화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주죠. 거기에 아침 바람과 햇살이 풍경을 더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풍경을 볼 날도 얼마남지 않았어요.
곧 바람은 시려질 것이고 항상 열려있던 베란다의 문은 닫히게 되겠죠. 아침엔 추워서 뭉그적거리며 꽁꽁 싸매게 될 거예요. 이 베란다도 빨래를 널 때가 아니면 나오려고 들지 않을테지요. 겨울바람에 정신 차리기엔 좋겠네요. 이렇게 아침부터 글을 쓰게 된 건 단지 이 기분 때문이에요. 지나가는 한순간의 감정일테지만 뭔가 주절주절 말하고도 싶었고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뿐이에요. 요즘 날씨가 좋아요. 휴일 오전에 느낄 수 있는 이 평화로움들이 여러분에게도 깃들기를 바래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