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존실/잡념들-생각정리

자존감 - 살아가다보면

어둠속검은고양이 2021. 3. 21. 13:12

종종 살아가다 보면 모두에게 잊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란 존재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지워지는 것이다.
종종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생각의 연장선이다.

그건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통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이, 부끄러운 자신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없는 눈치를 만들어 내서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정작 자신은 남들에 대해 평가한다거나, 평가에 따라 타인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거나 할 생각은 없으면서, 타인은 자신에 대해 그럴 것이라고 여긴다.

인맥으로서 관리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겠지만, 대게 우리가 친구를 사귄다고 한다면 그 친구가 직업을 가졌든, 대학을 나왔든 못 나왔든, 돈을 벌든 못 벌든, 그런 것을 따지지 않고 친밀감이나 인성, 성격으로 만난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그런 것들 대화의 주제나 감정의 교류 등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말이다. 본인은 친구를 높낮이로 평가하지 아니하고, 그런 걸로 태도를 바꿀 생각도 없으면서 타인은 자신을 덜 떨어진 놈으로 평가할까 봐 두려워한다.

어찌 보면 이 생각은 타인을 부도덕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다. 본인은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생각을 안 하면서, 타인은 본인에 대해 평가할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다. 물론 이 생각들은 자존감이 떨어진 이들이 자신에게 자신이 없고, 자신에 대해 박하게 평가를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환상이다. 그렇기에 타인과 자신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못하고, 모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여하튼 간에 이렇듯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정말로 서서히 잊혀지는 길을 택한다.
세상을 등지거나,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거나, 히키코모리가 된다.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것.
자신이 초라해지거나 부끄러운 것.

우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경쟁하며 살아왔기에 결과물을 보고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결과물은 부러워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그 결과물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부러워하고, 노력해나가야 한다.
그렇다. 노력. 우린 결과물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노력에 치중해야 한다. 부러운 결과물은 내가 도달해야 할 이상, 목표물이 되는 것으로 그 역할은 끝났다. 그 이상 결과물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생각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삶을 갉아먹기만 한다. 목표물과 본인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별개다. 그 긍정적인 가치들을 위해 본인이 나아가고 있는지,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만이 자신의 가치를 판단해줄 징표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긍정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돈이 어떤 도구로서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도덕심이나 사랑처럼 어떠한 무형의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면, 본인이 돈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가 자신의 가치를 알려주는 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본인의 롤모델이 될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치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은 볼 필요가 없다. 그저 돈 버는 능력, 혹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자산만이 가치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돈 소유 여부에 따라 본인의 가치가 정해지기에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자존감이 오를 수도 있다. 돈이 많으니 상대방에 대해 당당하고, 돈이 없으니 자신의 가치 없음에 주눅이 드는 것이다. <이건 돈을 가치로 여긴 사람에 한해서다.>

반대로, 돈이나 명성과 어떤 노력의 결과물보다 노력, 도전정신 같은 무형의 정신들이 어떤 귀한 가치 있다고 여긴다면, 본인이 결과물(돈, 명성, 권력 등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그 자체가 자신이 가치 있음을 증명해줄 것이다. 그 결과물의 성과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노력을 했는데도 돈을 못 벌 순 있다. 그러나 자신은 노력을 하고 있고, 노력하기 전보다 자신은 더 나아지고 있기에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노력하는 것 자체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믿고 있기에,  스스로를 긍정하는 것이다. 즉, 결과물(목표물)과 자신의 가치는 별개로 작동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결과물 자체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경우는 별개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대다수는 결과물과의 비교를 통해 부러워하거나 목표로 삼는 것을 넘어서서 가치의 유무 평가로 넘어간다.
그 결과 자신은 가치가 없음으로 결론 나는 것이다. 대게 귀가 얇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데, 뚜렷한 주관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잣대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방적인 마인드, 타인에 대한 이해는 중요한 덕목이지만, 자신의 잣대가 없으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지니 타인의 의견을 긍정해주는 것과 그것에 맞춰가는 건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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