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참으로 이상하다.
무언가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과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누구나 다 빠르고 쉽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 자격 없는 인간들이 선동과 왜곡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거 참 어려운 문제다. 분명 선동과 왜곡은 문제지만,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다. 물론 자유라는 것이 방종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니, 선동과 왜곡이 자유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보가 틀릴 수도 있고, 판단이 틀릴 수도 있고, 그 내용들이 빠르게 전파되어 의도치 않게 선동과 왜곡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쓴 필자의 글만 보면 분명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것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뭔가 식자층이라는, 배운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있는 사람들만이 제시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식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의견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시민 사회이며, 그것이 민주주의고, 그것이 자유다.
만일 어떤 것에 대해 비판을 하고 의견을 제시할 때 자격이 필요하다면 우린 정치인을 욕해선 안된다. 우린 기업가들을 욕해선 안된다. 우린 검사나 판사를 욕해서도 안된다. 언론을 욕해서도 안된다. 우리가 그 분야에 대해서 그들만큼 심도 있게 공부하고 고찰해본 적이 있는가. 박사나 교수, 전문직이나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초, 중, 고, 대학교까지 평범하게 공부하고 일반적인 지식을 익혀 나온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사석에서 그런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우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서로 그들을 욕하기도 한다. 그것이 자유다.
우린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자유라고 말한다. 그것의 연장선에서 인터넷에서 비판하는 것 또한 자유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비판하고 있으면, 온갖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비판하는 사람에 대한 자격을 논한다. 지잡 주제에, 고졸 주제에, 연예인 주제에, 뭘 안다고 깝치냐고 난리를 친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가 지껄인다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들만의 자격을 제시한다. 그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이제부터 인터넷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하려면 해당 분야의 박사 코스 정도는 밞고 와야 될 듯싶다. 그래도 깔 사람은 까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은 담벼락이 없는, 열린 개인의 정원과도 같은 공간이다. 어떤 개인이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것을 감상하면서 한 마디씩 할 것이다. 칭찬도 하고, 욕도 하고, 무례한 사람은 정원 안으로 들어와 일일이 지적할 것이다. 정원의 주인은 정원에 들어온 무례한 사람을 쫓아낼 수도 있고, 정원은 보지 말라고 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무례한 사람만 정원을 보지 못하도록 특수한 장막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원에 대해 말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순 없다. 입은 내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신체기 때문이다. 정원의 주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원에 대한 것뿐이다.
마찬가지다.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 의견에 대해 반박하거나, 조롱하는 것(?)도 상대방의 자유다. 몹시 무례하고, 불쾌하지만, 일단은 의견으로서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의견에 대해 자유롭게 제시하는 것이 자유면, 그 자유에 대한 조롱, 비판도 감내해야지."라고. 그러면서 온갖 꼬투리는 다 잡는다. 의견이 치우쳐져 있다느니, 잘 모르면서 나댄다느니, 그러면서 안 그런 척한다느니, 인신공격에, 악플까지도. 온갖 것들을 다 끌고 와서 까댄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비판은 정당한 것으로서 '비판도 감내해야지.ㅇㅇ'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지적들은 비판이 아니라 검열이다. 입을 틀어막는 행위이며, 정원을 꾸미는 사람에게 정원을 꾸미려면 자격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원을 아예 짓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다.
정원을 꾸미는 것은 개인들의 자유고, 그 정원을 바라보는 것, 바라보면서 한 마디씩 하는 것도 개인들의 자유다. 때로는 이상한 정원도 볼 것이고, 보고 싶지 않은 정원도 볼 것이며,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정원도 볼 것이다. 그러나 100% 마음에 드는 정원은 발견할 수 없다.
어떤 것을 주장하는 그건 개인의 권리고, 그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 주장 자체에 대해서, 혹은 그 주장의 근거에 관해서만 지적하면 된다. 그것은 매우 생산적인 토론이 될 것이다. 'A라고 생각합니다. B가 근거입니다.' 'B가 근거인 것은 빈약합니다. 차라리 C가 낫겠네요.' 'A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A에 동의합니다.' 이렇게 말이다. 그것이 단순히 넋두리로 끝날 지 언정 어찌 됐든 의견을 주고받았고, 생각을 교류하면서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시민단체가 되는 것이고, 시민사회가 되는 것이며, 시민 정치로 이어질 것이다. 고대 그리스처럼.
그러나 대부분은 그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반박하기보단,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뭘 안다고 나서지.' , '꼴 보기 싫네.' , '그 이중성이 역겨움.'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까댄다. 의견 제시는 자유다. 물론 그 의견 제시로 인한 선동과 왜곡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뼈 아픈 비용이다. 선동과 왜곡을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다. '의도적'으로 하는 선동과 왜곡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실적 제약과 사고능력, 판단력,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선동과 왜곡이 발생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선동과 왜곡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어떤 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때, 자격 여건 부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중세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어떤 것을 하든지 그것은 너의 자유다.'가 바로 근현대의 관점이다. 자유가 있다. 반면에 '허락된 것(신이 허락한)을 제외하고 어떤 것이든 함부로 하지 말아라.'가 바로 중세 암흑기의 관점이다. 자유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인 현재와는 달리 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비판이라고 포장질하지만 결국 입을 틀어막는 행위다. 인터넷에선 그 자유로이 이루어지는 비판을 억제하고, 말살시키려는 든다. 그들은 선동과 왜곡에 의한 비용을 핑계로 비판을 가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늘 자격을 요구하고, 학벌을 요구하고,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들은 검열을 원한다. 물론 그들 자신은 검열을 할 수 있는 입장이고.
논쟁하고 싶지 않으면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수많은 한국인들(?)은 일단 까고 본다. 그들이 말하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체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서 비난 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좌도 안되고, 우도 안되고, 중립이어야 하며, 해당 분야에 대해서 석박사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서울대 정도는 나와야 하고, 인성도 좋아야 하며, 공직에 있어서도 안되고(물론 공직에 있는 사람은 함부로 의견을 제시해선 안된다.), 공인도 아니어야 하며, 특정 사상에 동조해서 안되고, 모든 일에 공평해야 하고, 항상 비판적이어야 하며,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대해서 다 비판적이어야 한다. 결국엔 깔 애들은 무엇이 되었든 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비난은 유효한 비판이라 포장질한다.
다들 까려고 날이 서 있는 것 같다.
사회에 관심 갖고 비판하는 사람을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뭉개고 입을 틀어막고 있으니 정부가 검열한다며 옆나라를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면 이들을 비웃고 무시하던 잘난 사람들이 과연 대신 목소리를 내줄까 싶다. 그들은 또 누군가를 찾아다닐 것이다.
p.s
오래전 필자는 정치, 언론 유튜브에 대해 우려를 한 적이 있다. '언론'의 형태를 취한 유튜브가 의도적으로 선동과 왜곡을 하며, 교차검증에 관한 비용을 시민에게 떠넘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자유가 방종은 아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교차검증은 개나 줘버린 유사언론들은 넘쳐난다. 언론의 시선에 관해 고찰해보고, 제대로 된 근거와 정보를 가지고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시민이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지만, 언론 역시 사견을 배제하고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유사 언론 유튜브를 보면 어느 정도 '자격'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자격'이라는 커트라인을 제시하게 된다면 이는 이 글에서 필자가 말했던 대로 비판하는 문화-자유를 검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전문의를 수련하지 않은 의사들이 전문의라는 간판을 달 수 없듯이, '언론'이라는 형태나 태그를 달려면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만들어놓는 건 어떨까. 그리고 모든 정치 이슈 유사 언론 유튜브에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라는 것을 달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출판,집회,언론을 침해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유를 핑계로 최소한의 언론다운 면모 하나 없이 짜깁기, 과장, 선동, 왜곡으로 사회적 혼란을 통해 돈을 벌어 쳐 먹는 애들이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규제가 필요해보인다. 그들을 내버려둔 채, 시민의식과 교육만 강화하라는 것은 마치 사기꾼에게 사기 당하지 않기 위해서 피해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논리와도 같다.
어디까지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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