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우린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무수히 많은 도덕적 규범들을 배우고 자란다. 이러한 도덕적 규범들을 내면화되어 뿌리 깊게 박히게 되는데, 배워온 모든 규범들이 전부 내면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아주 어릴 때 익혔던 도덕성으로서, 필자가 생각하기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10살 전후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학습화된 것들, 내면화된 것들이 새로운 사회경험과 사건들 속에서 깨져나게 되고, 우리는 이것에 충격을 받곤 한다. 그리고 믿어왔던 것들이 깨져나가는 순간을 우린 부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것은 옳지 못한 것이고, 절대로 폭력을 쓰면 안된다고 믿었으나, 우연히 싸움을 계기로 싸움이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린 우리 자신을 혐오하고, 부정하게 된다. 다른 것을 더 예로 들자면, 어렸을 때 배워왔던 정형화된 사랑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큰 충격을 받는다. 감정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취향도 제각기 다른데, 어렸을 때 교육으로 배워온 것들은 다수에 맞춰진, 정형화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육을 비판하고자 함은 아니다. 있을지 모를 '가능성'에 맞춰서 모든 것을 다 교육한다는 것은 실로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 교육은 틀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믿어왔던 세계에서 배척당하는 것들이 내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감정들을 마주하는 것을 주저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요구한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을 낯선 것들이 자신에게 숨겨져 있다는 것은 내 스스로가 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존재에 위협을 가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어렸을 때 익혀왔던 도덕적 믿음들과 자신이 배척되는 상황이라니! 이것은 혼란과 두려움을 가져온다. 많은 이들이 이 때 방어기제를 작동하는데, 이러한 방어기제는 외부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방어기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 혹은 망각, 모르는 척 회피하거나 무시하기, 외부에 대한 분노 표출, 타자를 향한 공격 등등 수많은 방식을 동원해 자신을 방어한다. 이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존의 것을 뒤엎는 경험을 할 때마다 발생한다. 단지 그 사람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거나 성숙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념상 어긋나는 것, 배척당할 가능성, 존재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극단적으로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혹은 약자를 향한 공격표출, 분노 표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은 자신의 주변에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되어지는 사람을 향한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학교폭력, 괴롭힘 등등.... 사람은 생각보다 나약하고, 불완전하다. 이러한 불안정한 심리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은 주변에서 그러한 감정들을 이해해주고,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음으로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해결책이 바로 상담이며, 단순히 성격 검사, 적성 검사 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심리 상담, 특히 아동이나 학생들을 향한 상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완전한 심리나 정신병이라 불리우는 것들은 어찌보면 개인적인 문제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문제들은 얼마든지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혼자 짊어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퍽퍽한 삶 아닌가.
이것은 누군가 보기엔 어리광으로 보일 수도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에게 다 맡겨 놓고 나서 병들어버린 사회를 고치는 것보단 병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사회가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나약한 부분을 알고 그 나약함을 누구나 다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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