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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가 위험한 이유

어둠속검은고양이 2018. 6. 30. 00:15

빈부격차.


좀 더 정확히 말해 부(富)는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며, 나아가 사회 문제의 우선순위에도 관여한다. 개개인마다 인지하는 영역이 다르고, 관심분야가 다르듯이, 사회 문제에 대해 우선순위도 개개인의 관심에 따라 달라자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삶의 기반에서 비롯되는데, 삶의 기반은 부(富)에 따라 이루어진다.


경제적 불평등, 즉 빈부격차가 문제라 하는 것은 단순히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사회적 통합 저해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이 지니는 문제점은 국가의 정책수립방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일자리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첫 번째며, 자연환경, 교육, 결혼은 추후의 문제일 뿐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난민이나, 통일, 환경오염은 남의 일일 뿐이다. 그들은 비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타인에 무관심하지도 않다. 단지 처해 있는 상황에 때문에 자신의 지니고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최우선 순위에 쏟는 것 뿐이다.


반면, 자원이 넉넉하여 풍요로운 사람들은 주변에 관심을 갖기가 수월하다.

이들의 관심사는 당장 오늘 내일의 먹고 사는 것보다 앞으로의 후손들, 이웃에 대한 관심, 자연환경, 보다 넓은 개념의 복지 등에 쏠려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요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서, 좀 더 쾌적한 삶, 좀 더 인간다운 삶을 바란다.


물론 어려운 분들 중에는 기부를 꾸준히 하는 이들도 있고,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부자들도 많다. 가난한 이라고 사회문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꼭 후순위로 미루는 것은 아니다. 시민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코자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그 일에 매달린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자신의 지니고 있는 역량과 자원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지고, 그 한정된 자원을 우선순위에 맞춰 쏟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듯 지니고 있는 여유자원의 차이, 즉 계층에 의한 사회문제의 우선순위 불일치는 국가에게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를 2가지 이상으로 늘리며 역량 집중과 판단에 혼선을 주게 된다. 이는 바로 국가 정책으로도 연결이 되며,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어떤 이는 당장 동물 복지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동물 복지 보다도 당장 약자와 병자들을 위한 의료보험에 대해 말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동물복지는 하면 좋은 정책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정책도 아니고, 오히려 동물복지로 인한 식료품 상승의 압박에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 단순히 동물복지가 동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씨가 만들어낸 것이고, 이를 부정하는 이들은 차가운 마음씨인 것이 아니다. 분명 마음은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이전에 그러한 마음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배경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은 상이한 주제의 문제가 따로 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 역시도 '그만큼 역량이 있는 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 잘못된 국가정책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당장 굶어죽는 이와 음식의 장식을 따지는 이가 있는데, 정부가 음식의 장식에 신경을 먼저 쓰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빈부격차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며,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