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나봐요.
잠들었다 깨고 보니 새벽 1시네요.
문득 밤하늘 별을 바라보다 마음이 동해져서 편지를 써요. 새벽과 밤하늘과 별. 감성이 넘쳐날 조합이긴 하죠. 거기다 음악까지 곁들이면 글을 쓰지 않곤 못 베길 걸요.
어떤 걸 보거나 경험할 때 떠오르는 노래가 있나요? 전 밤하늘 별을 보면 항상 헤이즈의 밤하늘의 저 별처럼이 떠올라요. 사람들이 벚꽃을 보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떠올리는 것처럼요. 그만큼 노래가 그 감정을 잘 표현했다는 거겠죠. 비 오는 날엔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가 떠오르구요. 예전엔 분명 윤하의 우산이었는데. 제 취향이 변한건지, 세월이 흐른건지. 명곡은 다시 들어도 명곡이지만 삶 속에 스며든 것은 결국 세월을 따라가나봐요.
며칠 전 입추였어요. 여름이 오나 싶더니. 한철 더위를 겪다보니 어느 새 또 가을이 오네요. 이렇게 또 나이를 먹어가는군요. 여름은 무탈히 잘 보내셨나요. 전 무탈히 보냈어요.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며 보냈죠. 오늘 숙직을 서는 날이에요. 평소엔 순찰도 좀 하다가 늦게서야 잠드는데 오늘은 일찍 잠들었네요. 덕분에 새벽에 깨서 밤하늘 구경도 했구요. 이게 럭키비키인가 싶네요.
어릴 땐 그래도 지구과학이니 뭐니 해서 별에 대해 배우고, 또 그리스로마신화니 뭐니 해서 별자리나 그런 이야기도 많이 보고 듣고 자란 거 같은데. 요즘은 감성 충만해지는 밤하늘 구경이나 별자리 이야기들을 보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밤하늘과 우주, 신화와 이야기들은 이제 모니터로 대체되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이제 고갤 들어 위를 보지 않아요. 밑만 봐요. 혹시나 우주를 보고 꿈을 키우고 신화나 이야기로 상상력을 키우는게 더 좋다, 낭만있는 옛날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 시절 낭만이 사라지는 건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 아쉽네요.
.....시대의 흐름이 있는거겠죠? 흐름에 맞지 않은건 분명 낯설고 어색하구요. 나이에 안 맞게 주책없다는 소리가 있는 것처럼요. 그래도 밤하늘을 같이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감성 넘치는 생각을 하곤 해요. 하지만 이건 나만의 꿈으로 남겨놔야겠어요.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은 낯설고 어색한 걸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니까요.
여튼 입추입니다. 날씨도 제법 선선해졌구요.
일요일엔 도서관에 가봐야겠어요.
또 편지할게요.
p.s
헤이즈, 밤하늘의 저 별처럼